[아,저詩]유우석의 '누실명(陋室銘)'중에서

산이 높다고 명산이 아니라/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물이 깊다고 신령한 게 아니라/용이 살아야 신령수이다/누추한 집이지만/내 마음의 향기가 있지 않은가/이끼 자국에 계단이 푸르고/풀빛은 주렴 안에 푸르게 들어왔다/담소 나눌 멋진 친구 있고/오가는 사람은 없으니/거문고 줄을 만지며고전을 펼쳐볼 만 하구나/번잡한 향연이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공문서들이 몸을 힘겹게도 하지 않으니/남양의 제갈공명 오두막이요/서촉의 자운이 머물던 정자로다/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군자가 사는 곳인데 어찌 누추하리오유우석의 '누실명(陋室銘)'중에서■ 산만 높다고 명산인가,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다. 나라도 그렇고 집안도 그렇다. 나라가 크다고 대국이 아니라, 대인이 살아야 대국이다. 정당이 크다고 큰 정당이 아니라, 큰 리더가 버티고 있어야 큰 당이다. 절간이 크다고 명찰대찰이 아니라, 큰 스님이 있어야 명찰대찰이다. 신문사가 크다고 대신문사가 아니라, 큰 기자가 숨을 쉬고 있어야 대신문사이다. 누추한 곳, 작은 곳에 있을지언정 뜻을 크게 하고 스스로 귀한 뜻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임을, 1300년 전의 사람도 알고 있었다. 충무로의 젊은 신문사 편집국에 앉아 가만히 유우석의 누실명을 읊조린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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