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HTS 사기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법 판례로 코인 사기 피해 구제 기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유형을 확대 적용한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 법 규정은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보이스피싱만 범죄로 명시해 '범죄예방과 피해복구'라는 입법 목적이 퇴색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판결로 향후 공모주와 가상자산(코인) 등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선물거래소 사기 일당 조직원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2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억1344만7416억원을 추징하도록 한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앞세운 거래소 사기 범죄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다. 소개한 HTS 프로그램에서 '선물투자'를 리딩 대로 따라 하면 큰돈을 번다고 속였지만 실제 시중 증권사와 연계된 프로그램이 아니었기에 피해자들이 이체한 돈은 조직의 범행 계좌로 직행했다. A씨가 연루된 범죄에서만 피해금이 총 195억원에 달했고, A씨는 14개월간 매달 400만원 이상의 돈을 개인적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1심은 "이 사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범행이어서 부패재산몰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A씨의 범죄수익 1억1344만여원을 추징해달라는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2호 단서엔 '재화의 공급, 용역의 제공처럼 꾸민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볼 수 없다'라는 취지로 적혀있어 A씨의 행위도 이 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상급심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단서의 제외사항은 '재화 공급·용역제공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대가관계에의 재산상 이익을 취한 행위'만을 의미만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 사건 범행처럼 용역 제공과 대가 관계에 있지 않은 금액 편취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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