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정무위원장, 자본시장법 정부안 발의
상법 병행 정부안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선회
상법 개정 강조하는 野와 논리 대결 불가피
정부가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확정해 공개했다. 물적분할 또는 인수합병(M&A) 문제를 ‘핀셋’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해 포괄적인 주주 보호 대책을 내놓은 더불어민주당과 접근법이 달라 여야 간 치열한 논리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 소속)은 계열사 간 합병 시 가액 산정 기준 전면 폐지, 합병 등에 대한 외부평가기관 평가 및 공시 의무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재상장 시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중 20% 우선 배정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에 나선다.
본지 취재(10월15일자)를 종합하면 당초 정부는 ‘노력 의무’를 상법에 담고, 자본시장법을 보완하는 형태의 입법 방향을 내부적으로 정리했었다. 하지만 재계와 여당의 우려로 방향을 틀었다. 여당에서는 상법에 노력 의무 등이 들어갈 경우 적용 기업은 102만개여서 상장사(지난해 말 기준 2407개)를 다루는 자본시장법에 비해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게 늘어날 뿐 아니라 모호한 조항 탓에 대법원 판례가 세워질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등이 나왔다.
이에 따라 상법에 담으려 했던 노력 의무는 ‘합병이나 영업·자산 양수도’ 등에 한해 주주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에 담는 식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합병 과정에서 가액 산정기준 폐지 등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방안 등은 대부분 유지돼 윤 위원장 안에 담긴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자본시장법 개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정무위가 여당이 상임위원장인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 개정 방향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법 처리의 열쇠를 쥔 민주당은 정부안에 대해 자본시장법 개정안만으로는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소속 김남근 의원은 "물적분할이나 M&A에서만 일반주주의 피해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며 "이번 정부안만으로는 상장폐지, 유상증자로 부채 갚기, 전환사채 행사 시 지배주주 헐값 배정 등 다양한 유형의 주주 피해를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현재 ‘총주주 보호 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이정문 민주당 의원안)을 당론으로 삼고 있다. 이 조항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에서 더 나아가 ‘일반주주 보호 의무’를 명시해 이사회는 명확하게 일반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반드시 정기 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뿐만 아니라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사외이사 명칭 독립이사로 변경, 전자 주주총회 개최 근거 등도 상법 개정안에 명시하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비공개 고위전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은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주식시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자본시장법 처리에도 공감대가 커 법사위와 정무위 투 트랙으로 법안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상법이 어느 수준으로 개정되느냐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정확하게 맞고, 일부 회사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고 밝혀 자본시장법 개정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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