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백화점·마트 무이자할부 중단 첫 날···'앞으로 동네마트서 소량씩 사겠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전격 중단된 18일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고객들은 카트 대신 장바구니 등을 이용해 소량씩만 사갔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현주 기자]"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서 몰아서 장을 봐왔는데 이제부터는 동네마트에서 조금씩 사야겠어요."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전격 중단된 18일,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주부 박은수(45)씨는 "한꺼번에 사면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2~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도 없어졌으니까 하는 수없이 앞으로는 조금씩 끊어서 살 수밖에 없다"면서 "비용부담을 줄이려면 마트에 자주 오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18일 신한과 삼성, 롯데, 현대, 하나SK 카드가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생활편의 업종에 대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KB와 BC등 나머지 카드사 고객들도 대부분 다음 달부터 무이자 할부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할부 중단 첫날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소비패턴을 바꾸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이마트 용산점에서는 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 카트를 끌며 대량구매를 하면 비용부담이 커지는데 2~3개월 무이자혜택까지 없어지니 구매용품을 대폭 줄이고 있는 것이다.상도동에 사는 주부 송경희(50)씨는 "그동안 대형마트에 오면 한꺼번에 장을 몰아서 보게 되고 필요없는 것들도 사게 됐다"며 "무이자혜택이 없어지면 아무래도 필요없는 것들은 안사고 소량구매하게 될텐데 굳이 용산까지 나올 이유가 없다. 앞으로는 동네 마트에서 현금을 주더라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씩 사야겠다"고 말했다.신용카드 대신 현금과 체크카드를 내미는 고객도 늘었다. 이마트 직원은 "5만원까지는 일시불로 계산하는데 10만원이 넘어가면 부담스러워한다"며 "아예 체크카드를 이용하거나 현금으로 계산할만큼의 양만 사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고객은 10만원이 넘어가자 계산대에 올려놨던 물건을 다시 빼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카트에 한껏 장을 본 한 주부는 "오늘부터 카드 무이자할부 혜택이 없어진다고 해서 설날에 받았던 상품권 30만원을 다 가지고 나왔다"며 "되도록이면 30만원 내에 맞춰 장을 보고 초과해도 일시불로 계산해도 될 정도만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럿이 함께 구매할 때 한 사람이 카드로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현금을 갹출해 몰아주던 '카드깡'도 없어졌다.
동아리 MT를 가기 위해 이마트에 장보러 온 대학생 김신영(24)씨는 "라면, 맥주, 삼겹살 등을 사서 13만원 정도 나왔는데 5명이 현금으로 각각 나누어 냈다"며 "갹출해서 현금을 모아준다고 해도 나중에 통장에서 한꺼번에 13만원이 빠져나가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카드 무이자 할부 중단에 대해 백화점과 소비자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백화점 측은 백화점 전용 카드가 있고 우수 고객일 경우 무이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백화점과 카드사 둘 사이 이기심으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냐는 입장이다.할부 중단 첫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직원들은 무이자 할부 내용을 숙지 못하고 있었다. 대형마트와는 달리 안내 설명도 없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한 명품매장 직원은 "백화점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얼마 이상 카드 금액이 넘는 고객들은 무이자 할부가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안내 문구를 굳이 하지 않는 이유는 해 봐야 카드사 홍보만 되기 때문에 백화점 내부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전 코너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한 직원은 "신세계 백화점은 90%가 백화점 카드를 쓰는 고객이기 때문에 이번 무이자 할부 중단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할부에 신경 안 쓰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번 무이자 할부 중단에 불만을 드러냈다.이날 신세계백화점에서 3개월 할부로 물건을 산 은석준(42)씨는 "일방적으로 카드사와 백화점이 횡포를 부리니까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며 "무이자 할부 되던 곳이 한 두군데도 아닌데 자기들 마음대로 중단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말기에는 분명 2월 28일까지 3개월 할부가 가능하다고 해 제품을 구매했다"며 "만약 문제가 생기면 신세계 측에 강력하게 항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백화점에 들린 윤숙현(60)씨는 "백화점에서 백화점 자사의 카드만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이런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며 "일반 카드를 주로 많이 사용하는데 불편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번 주말 결혼을 앞 둔 마포구에 사는 우승연(29)씨는 "혼수 준비할 때 평소보다 큰 지출을 하게 되는데 백화점에서 무이자 할부가 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 같다"며 "가전 등 웬만한 건 미리 구매를 해 놓아서 다행인데 카드사에서 갑자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예비 부부들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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