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바클레이스銀 '윤리·수익·고객·투자자 만족 달성하겠다' 선언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리보(런던은행간금리) 조작과 수익감소 등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낸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이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앤서니 젠킨스 바클레이스 은행 CEO

윤리경영을 도입하고 수익의 30%를 배당으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며, 3700명을 감원하는 등 2015년까지 비용을 17억 파운드(미화 약 26억 달러) 줄여서 금융도 잘하고 처신도 잘하는 은행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안토니 젠킨스 바클레이스 은행 최고경영자(CEO·51)는 12일 이같은 내용의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리보조작 파문으로 로버트 다이아몬드 당시 CEO가 사임하는 비상상황에서 8월30일 소매금융 대표에서 CEO로 승진해 리보조작 파문을 수습한지 6개월 만이다. 바클레이스은행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리보조작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2억9000만 파운드의 벌금을 물었다. 몇 년전 중동에서 한 자본조달과 관련해 규제 당국의 조사도 받고 있다.세전 순익은 2억4600만 파운드로 2011년 58억8000만 파운드에 비해 약 42분의 1로 줄어들었다. 세후 기준으로는 10억400만 파운드의 순손실을 냈다. 1992년 이후 무려 2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의 말을 빌자면 2012년은 바클레이스 은행에는 무척이나 “힘든 한 해”였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저의 비전은 돈도 잘 벌고 처신도 잘하는 것”이라고 쇄신안 취지를 설명했다.그는 “언론보도의 머리를 장식한 행태들은 금융부문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지나치게 단기성과에만 집중하며, 고객과 사회의 요구와 지나치게 괴리된 20년이라는 세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바클레이스도 이런 추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그 결과 명성이 실추됐다”고 반성했다. 젠킨스 CEO가 바클레이스의 명성을 되살리고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내놓은 쇄신방안은 윤리경영과 비용절감, 인력감축,배당 등 네가지로 압축된다. 한마디로 고객과 투자자,사회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리보 조작과 같은 불상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윤리기준을 지키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금융권은 윤리경영으로 상투적인 수사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바클레이스의 10대 주주인 피델러티 월드와이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도미니크 로시는 “사내 문화와 변화의 욕구에서 진정한 진전이 있으며 이제는 실행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젠킨스는 또 수입의 64%를 차지한 비용을약 55%로 낮추고 자본을 늘리도록 하고 위험감수를 억제하려는 규제당국의 움직임에 맞춰 위험가중 자산을 4680억 파운드에서 4400억 파운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또 투자은행 부문의 아시아와 유럽 주식 비즈니스를 축소하기로 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인수후의 확장 정책에서 일대 전환을 선언했다.젠킨스 CEO는 이를 위해 올해 투자은행 업무에서 1800명을 줄이고 손실을 내고 있는 유럽의 소매은행 부문에서 19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스위스 UBS처럼 투자은행업무를 대폭 축소할 뜻은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블룸버그TV에 출연, “우리 은행은 전세계에서 풀 서비스를 하는 투자은행 중 하나”라면서 “투자은행 업무는 우리 그룹의 중추로 남을 것”이라고 역설했다.투자자들이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았다. 이날 주가는 단번에 8.6%나 올라 2011년 2월1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젠킨스의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투자은행 부문 축소 압력을 넣고 있는 정치권에 자신이 은행을 바꿨음을 납득시키는 게 가장 큰 숙제다.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투자은행과 소매은행을 분리하고 규제당국에 이를 거부할 경우 강제로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젠킨스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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