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이빈섬의 '다경.서(茶經.序)' 중에서

먼저 생각하는 사람, 프로메테우스는 염제 신농씨(炎帝 神農氏)였다. 천상의 불 한 오라기 지상에 지핀 사람, 가슴에 심지를 돋우고 불을 붙여 아사달에 가만히 내려와 인간의 마을을 돌아본 늙은 사람,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묵의 숲을 걸으며 곡부의 찻잎을 따는 것이었다. 품어온 놋쇠솥을 걸고 가장 가까운 샘물을 길어 물을 끓이는 일이었다.(.....)그리고 지상의 푸른 것을 함께 숨쉬게 하여 생명의 향기 한 잔을 가만히 바위에 얹었다. 마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오래 전 세상을 등지던 날의 뉘우침을 생각하며 차 한 잔을 올렸다. 모든 사랑이란 마지막에 돌아오는 것이다. 복본(複本)의 언약으로 코끝과 입술과 입천장과 혀와 목구멍으로 푸른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다.(......)가만히 잔을 기울이며 서로 사랑하여 뉘우침도 어리석음도 가라앉게 하라. 앞뒤 서로에게 깊이 차례(茶禮)하여 근본을 잊지 말게 하라.//아내와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힌 뒤 서재에 밤 늦게 앉아 차(茶)를 읽는다. 찻물 끓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이빈섬의 '다경.서(茶經.序)' 중에서■지금보다 더 젊었던 어느 날, 쓸쓸한 마음에 들이키는 차 삼아 썼던 스토리 시편. 명절이면 지내는 차례가, 바로 그 마음임을 새기고 싶어 올려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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