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발빼기' 자금 유출···추가투자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40대 투자자 A씨는 최근 자산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베트남펀드 수익률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A씨가 2006년 가입한 한 자산운용사의 베트남펀드는 지난 1년 수익률이 26%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씨는 잠시 2011년 악몽을 떠올렸다. 5년 만기를 맞았지만 A씨의 베트남펀드는 -50%대 '반토막' 수익률로 곤두박질한 상황이었다. 울분을 참지못했던 A씨는 투자자 손실 회복이 가능할 수 있게 만기 연장을 추진하는 운용사 수익자총회에 직접 참석해 성토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최근 A씨는 1년전 가입했던 국내주식형 펀드보다 베트남펀드의 수익률이 월등한 것을 비교하고 나니 "조금만 회복하면 곧바로 환매해야지" 했던 당시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애물단지'였던 베트남펀드의 수익률이 살아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지만 추가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2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베트남펀드의 지난 1년 수익률(부동산펀드 제외)은 10∼20%대의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 1'이 29.81%로 수익률이 가장 양호하고,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A'이 26.68%로 뒤를 이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과 KB자산운용의 'KB베트남포커스95증권투자신탁(주식혼합)A'은 20%대의 수익률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증권투자회사 1[주식혼합]'도 13.73% 수익률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거래소 VN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380포인트대에 머물던 VN지수는 상승곡선을 그리다 지난해 12월25일 400포인트를 찍더니 새해들어 오름폭을 키우면서 지난 11일 462포인트까지 치솟았다. 베트남 정부가 강한 경기 부양 의지를 나타낸 데다 지난해 내놓은 정책들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회복세는 베트남펀드 자금 유출에 되레 부채질을 하고 있다. 손실률을 조금씩 회복하자 투자자들이 서둘러 발빼기에 나선 것이다. A씨처럼 5년 넘게 부진한 수익률에 '발이 묶인' 투자자들이 탈출 러시를 이루면서 환매 부메랑을 맞고 있다. 지난 1년동안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 1' 펀드에서는 293억원의 자금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과 '미래에셋베트남증권투자회사 1[주식혼합]'에서도 각각 150억원, 131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최근 베트남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A씨와 같은 시기 설정된 베트남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A씨가 가입한 베트남펀드의 설정후 수익률은 -52.41%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민하는 A씨에게 냉정한 시각에서 포트폴리오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조성만 해외운용팀장은 "최근 베트남증시가 많이 상승했고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반등하면 수혜가 예상된다"며 "중국 대비 낮은 임금으로 경쟁력을 갖춘 데다 베트남 정부가 환율·물가 등 안정적인 운용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투자에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 팀장은 "베트남이 프런티어 마켓이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심한 편이고, 은행의 부실대출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각종 부작용들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원금 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접고 자산배분 차원에서 접근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 지역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자금의 성격과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고려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무작정 원금 회복을 하겠다고 환매를 하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손실폭을 키우거나 또 다른 투자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투자매력도가 높아지는 유망 지역의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해 낫다는 조언이다. 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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