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사실상 달러를 찍어내 국채 등 자산매입에 나서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미 납세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금융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만들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FRB는 보유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엄청난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만약 FRB가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등에 나설 경우 FRB 소득의 원천이었던 막대한 보유자산은 거꾸로 엄청난 손실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분석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FRB는 대차대조표상 보유자산이 3조133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3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중 국채는 1조6967억달러, 모기지담보채권(MBS)는 9832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FRB는 지난해 9월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데 이어 12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추가 채권매입 방침을 밝혀 사실상 4차 양적완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FRB가 사들이는 월간 자산규모는 9월 발표해 시행 중인 월 400억달러 규모 모기지담보부채권(MBS) 매입에 이달부터 매입하는 장기국채 450억달러를 더해 매월 850억달러 규모가 된다.그러나 FRB의 보유자산은 이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12월 FRB는 물가상승률이 2.5%를 넘지 않는 조건 아래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질 때까지 제로금리 등 부양조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업률이 목표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2015년 중반까지는 현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산술적으로는 올해 연말 FRB의 4조달러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FRB가 수익을 내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은행들과 같은 이자수익이다. 수입 대부분은 보유 채권의 이자수익이고 여기에 국채매각 대금, 외환 거래차익 등이 포함된다. 반면 FRB에 예치된 시중은행들의 초과지불준비금에 대한 이자비용은 지출이다. 2008년 이후 이 준비금은 1조6000억달러까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FRB는 단 0.25%의 이자만 지급한다. FRB가 얻은 수입은 자체 지출분을 제외하고 미 재무부로 이관된다. FRB는 2011년 한해 미국 5대은행의 수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774억달러의 이익을 냈고, 올해도 2012년분 수입으로 재무부에 889억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보냈다. 이는 사상 최대 기록으로 금융위기 전에 비해 세 배로 늘어난 것이다. FRB가 재무부에 송금하는 이익금은 적어도 2014년까지는 8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FRB가 제로금리와 국채매입 등 부양정책을 철회하는 2015년 이후다. 과거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당시에는 시중은행들의 초과지불준비금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었고 FRB의 이자부담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FRB가 본격적으로 통화긴축에 나서면 수입은 급격히 줄지만 여전히 막대한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줄이려면 자본손실을 감수하고 사들인 것보다 더 낮은 가격에 보유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국채를 사들일수록 손실을 볼 잠재적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최근 FRB의 이코노미스트 5명은 분석보고서를 통해 올해 FRB가 1조달러에 이르는 채권을 사들이고 2014년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를 가정할 때, FRB는 2017년부터 적자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출과 MBS 매각의 실현손실에 따른 누적손실분은 총 400억달러에 이른다. 만약 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른 수준으로 오를 경우, 손실액은 약 1250억달러까지 이를 수 있으며 FRB는 최소 6년 동안 재무부에 한 푼도 송금할 수 없다.FRB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것이 현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는 공화당에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제조사기관 ISI그룹의 로베르토 페를리 전 FRB 이코노미스트는 “FRB의 적자로 국민들의 세금에 손실을 미칠 경우 FRB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 있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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