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전쟁·내수부진…비상등 켜진 한국車

[아시아경제 ]세계적 경기침체가 환율전쟁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중반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져온 가운데 최근 원ㆍ엔 환율까지 급락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달러화 약세로 인한 수출이익 감소와 일본 자동차산업에 대한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의 협공을 받고 있다.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와 미국의 연비규제 강화까지 고려하면 사중고에 짓눌리는 상태다. 이런 난국은 어제 현대차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로 매출액(84조4697억원)은 8.6%, 영업이익(8조4369억원)도 5.1% 증가했다. 그러나 4분기에는 전년 같은 분기 대비로 매출액(22조7190억원)은 10.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1조8319억원)은 11.7% 감소했다. 사상최대 실적을 잇기는 했으나 수익성 악화가 뚜렷해졌다.  자동차 국내판매 부진은 현대차ㆍ기아차ㆍ한국GMㆍ르노삼성ㆍ쌍용차 등 완성차 5사의 판매실적 통계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연간 수출(679만대)은 전년 대비 7.9% 늘어났지만 국내판매(140만대)는 4.2%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과격한 엔저 정책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나름대로 환율위험 대비조치를 취해놓았겠지만, 달러화와 엔화의 동반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 실적 악화가 가속될 수 있다. '한국 자동차회사의 부(富)가 일본 자동차회사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외 전문가의 논평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처한 곤경을 잘 표현했다. 원ㆍ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자동차 수출액이 12% 줄어든다고 한다. 주요 선진국 간 정책협조 기미가 전혀 없으니 환율전쟁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 정부가 환율방어에 나선다 해도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환율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환위험 헤지와 원가 절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비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핵심 부품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부품업체와의 상생적 기술발전ㆍ협력 체제를 확대ㆍ강화해야 한다. 이에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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