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정부 위원회가 많다. 현재 500개가 넘는 위원회의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연간 3000억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1년에 회의 한 번 열지 않은 곳이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이름 뿐인 위원회가 수두룩하다. 예산 낭비와 행정 비효율이 심각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위원회를 정비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위원회는 민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정책 오류를 줄이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그런 기능은 위원회가 활발하게 활동해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1년 기준 전체 499개 위원회 가운데 156개는 1년 내내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 '없어도 그만'인 위원회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민간 의견 수렴 창구라는 본연의 기능은 퇴색하고 행정력과 인력,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무용지물의 위원회가 난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권이 들어서면 측근들 자리를 챙겨주려고 이런저런 위원회를 만드는 게 그 하나다. 전형적인 위인설관이다. 정부 부처가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위원회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부담스러운 정책의 경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용도로 위원회를 만든다. 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란 핑계로 정책 결정을 마냥 미루기도 한다. 역대 정부가 위원회 정비를 약속했지만 모두 공수표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579개에 달했던 위원회 중 305개를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겨우 74개를 줄이는 데 그쳤다. 김대중 정부도 372개 위원회 중 145개를 통폐합하겠다고 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노 정부는 임기 말 10개월 동안에만 163개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 공화국'이란 불명예 꼬리표를 달았다. 인수위는 지난 21일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현재의 20개에서 3개로 줄이겠다고 했다. 잘한 결정이다. 나아가 정부 위원회도 전수조사를 벌여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정리하길 바란다. 위원회를 정부 감사 및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매년 결과에 따라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등 사후 관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산만 까먹는 위원회를 정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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