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가톨릭의 요새 바티칸을 여행하기 위해선 '현금'만 소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이탈리아는 바티칸 시내의 모든 현금지급기와 신용카드 사용을 막고있다. 바티칸은행(IOR)이 돈세탁 방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돈세탁 의혹'을 받던 바티칸의 금융 시스템에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타임즈는 분석했다. 바티칸 시내의 현금지급기 운영을 맡고 있는 독일의 도이체방크 이탈리아 분점은 이탈리아 중앙은행으로부터 올해 초부터 현금지급기 운영을 계속하기 위한 허가를 거부 당했다. 교황청의 언론 담당 총괄자인 페데리코 롬바디 신부는 "바티칸 시내 현금지급기 사용이 만료됐다"며 "다른 (현금지급기) 공급자와 논의 중이며 신용카드 사용도 빠른 시일내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황청 관계자는 새로운 현급지급기 운영자는 오는 7일께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바티칸은행은 돈세탁 의혹에 시달려왔다.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최대의 사기 사건 가운데 하나인 방코 암브로시아노 은행 붕괴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바티칸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 국무부의 돈세탁 우려국가에 포함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미 국무부는 '2012 국제마약통제전략보고서'를 통해 바티칸이 시행한 돈세탁 방지 프로그램의 효과가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바티칸은행은 또 유럽위원회(EC)의 탈세와 돈세탁 방지 규정을 완벽하게 이행하는 화이트리스트(White List, 우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유럽위원회의 돈세탁 방지 규정 준수 사항을 평가하는 '머니발'은 지난해 교황청에 대해 돈세탁 및 테러 자금 중개 방지 규정의 16개 권고 사항 중 9개에 대해 준수하거나 대체로 준수한다고 평가했다.하지만 바티칸 금융감독기구의 효율성과 바티칸은행의 의심스러운 금융거래에 대한 추적 능력 등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줬다. 지난 1942년 만들어진 바티칸 은행은 150개국의 교회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바티칸 박물관은 이날 웹사이트에 현금지급기 사용 불편함에 대해 사과하는 게시문을 올렸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지연진 기자 gyj@ⓒ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