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1인시위' 부추기는 대한민국 2할자치···왜?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본사 정문 앞에서 고산지구 토지보상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 시장은 오는 10일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수원=이영규 기자】시장과 군수들이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길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근엄한 자치단체장의 모습은 잊은 지 오래다. 지역민과 함께한다는 '명분'앞에 시장과 군수라는 직함은 한낱 거추장스런 '겉치레'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기초자치단체장들의 1인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외도'는 기형적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지방자치와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출범 20년을 넘어섰지만 '2할 자치'(지방자치의 20%만 자치단체가 갖고, 나머지 80%는 정부가 갖고 있다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의사소통 창구가 없는 자치단체장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에 보다 많은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013년 계사년(뱀띠 해)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8시30분 경기도 성남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정문 앞.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날씨에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모습을 보였다. 안 시장은 LH본사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든 채 1인 침묵시위에 들어갔다. 피켓에는 ▲의정부 고산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아는가 ▲LH공사 사장은 각성하라 ▲고산지구 토지보상 즉각 착수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LH는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으로 거대 공기업이다. 앞서 안 시장은 지난해 12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정부 고산지구 사업지연에 따른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더는 참을 수 없다"며 LH본사 출근투쟁을 선언했다. 고산지구는 지난 2006년 5월 LH의 전신인 주택공사로 부터 지구지정제안이 접수돼 국토해양부가 2008년 10월24일 국민임대주택단지 지구로 지정했다. 이후 2009년 12월30일 보금자리사업지구로 전환된 뒤 LH는 사업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2010년까지 토지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LH가 보상계획을 연기하면서 고산지구 231명의 주민들은 보상만 믿고 대토 등을 위해 839억 원의 은행권 대출을 받은 뒤 금전적 피해는 물론 가정불화, 파탄, 정신적 공항장애 등을 앓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 시장은 결국 1인 침묵시위를 결정했다. 안 시장은 지난 2일 시무식도 LH본사 앞에서 진행했다. 안 시장은 오는 10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1년전인 지난해 1월에는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1인시위에 나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 군수는 지난해 1월9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장군 만화리 일대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오 군수는 당시 호소문에서 "부산시가 만화리 일대 골프장 건설을 사실상 승인한데 이어 오는 3월에는 기장군 용천리 일원에 신규 골프장을 심의할 계획으로 동남권의 허파역할을 하는 기장군을 폐허로 만들기 위한 법적 수순을 밝고 있다"며 "골프장 반경 1km 밖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고 있는 부산시가 골프장 건설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정행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골프장 건립계획은 오 군수의 바람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정용기 대전시 대덕구청장은 지난 2011년 6월28일부터 30일까지 대전시내 도시철도 2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연기를 주장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박승호 경북 포항시장은 지난 2006년 6월23일 한국은행 포항본부 폐쇄 방침에 반발해 한국은행 국정감사장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아주대 권혁성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오죽하면 (안병용)시장이 이 추운 날씨에 1인 시위를 할 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사태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의 권한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특히 "정부 등 상급기관이 자치단체의 이야기를 듣지 않다 보니 마땅히 의견을 피력할 만한 창구를 찾지 못한 단체장들이 1인시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당선자도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이야기 한 만큼 앞으로 정부는 지역 현안에 대해 자치단체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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