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과학기술계에 오래만에 사기(士氣)가 오른 것 같다. 지난 16일 진행된 대선후보 3차 토론회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산 아래에서 한발 한발 걸음을 떼며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는 이들에게 한 모금의 물과 "용기를 내십시오"라는 한 마디는 큰 힘이 된다. 박근혜(새누리당), 문재인(민주통합당) 후보는 과학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문재인 후보는 "부총리급의 과학기술부를 다시 만들겠다"고 자신있게 공약했고 박근혜 후보는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부분에서 두 후보는 의견을 같이했다. 비정규직이 많은 연구원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정년 연장 등 과학 기술인을 우대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과학정책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10년 동안 닦아왔던 나로호는 1·2차 실패에 이어 3차 발사 연기에 놓여 있다. 융합시대에 문과와 이과로 칸막이를 치고 서로 반목하는 학문적 경향도 여전하다. 담장을 낮추고 인력과 지식, 정보가 잘 소통되도록 하자는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개편안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회에 계류중인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새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는 전문성에다 폭넓은 분야이다.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역시 소통이 첫 걸음이다. 소통없이는 과학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과학의 발전이 점에서 점으로 일순간의 도약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학의 발전은 내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연구한 것을 후세대가 이어받고, 또 다시 연결되는 길고 긴 선과도 같은 과정이다. 단박에 이뤄지지 않는다. 어제의 실패와 좌절이 내일의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과학 기술인들이 어깨를 펼 수 있다. 한 땀 한 땀 비지땀을 흘리며 정상을 향해 지금도 산을 오르고 있는 과학 기술인들이 많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휘몰아치는 눈보라에도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간다. 대통령 후보자에게 바란다. 대선 캠프에 있는 몇몇 과학 전문가들의 조언이 전부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기를. 산을 오르고 있는 수많은 과학인들과 직접 걸어보기를. 19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내년 2월25일 취임식까지 시간은 많다. 그동안 수고했던 캠프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따지기 이전에 현장으로 달려가기를 권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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