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에 뒤틀린 가격체계
매출기반 원가 반영 원칙 무너져 유흥업소 최대 수혜자 떠오르기도[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은별 기자] 카드수수료율 체제 개편안이 경제논리와 정서법(法)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치논리가 적용되면서 본래 취지가 왜곡되는가 하면, 이해집단간의 나눠먹기마저 횡행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개편안으로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고 울상이고, 대형가맹점이나 영세가맹점들은 가맹점들대로 불만이다. 대선을 눈앞에 둔 정치권도 이같은 난맥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시행되는 카드수수료율 체제 개편을 앞두고 각 이해집단간 힘겨루기와 밥그릇 찾기가 난무하고 있다. 당초 영세사업자의 과도한 카드 수수료율에 대한 조정을 취지로 시작된 이번 개편안은 그러나 실제 시행과정에서 땜질식 처방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연매출 2억원을 한도로 한 영세사업자에 대한 수수료율 조정이다. 연매출 2억원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지난해 연매출 1억9500만원이다가 올해 연매출 2억200만원인 경우는 매출이 연간 700만원 늘어났지만 매출 증가분을 그대로 카드 수수료로 물어야 한다. 연매출 2억원 이하의 경우엔 카드수수료율이 1.5%지만 연매출이 2억원을 넘어서면 2% 이상의 카드수수료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에대한 영세사업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여신금융협회는 부랴부랴 이의 적용을 유예했으나 이는 또 다른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당초 '카드수수료율'이란 가격의 문제까지 정부가 나서서 결정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첫단추를 잘못 채우다 보니, 가격체계가 줄줄이 왜곡되는 상황을 빚고 있는 것이다. 카드수수료율이 개편되면서 '원가가 적게 들면 싼 수수료를, 원가가 많이 들면 비싼 수수료를 낸다'는 경제논리는 실종됐다.한 카드사 관계자는 "매출을 기반으로 수수료 원가를 따지는 데 업종별로 고객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으면 이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못한다"며 "예를들어 학원 등 교육기관은 카드 수수료율을 인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카드 수수료율 체제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룸싸롱,노래방 등 이른바 유흥업소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이번 체제 개편을 통해 대부분 유흥업소의 카드수수료율은 종전 4.5%대에서 1.5%로 낮아진다. 대형 가맹점 관계자는 "중소ㆍ서민을 우대한다는 수수료율 개편의 혜택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가맹점이냐 중소가맹점이냐의 구분에 따라서만 기계적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한 것도 가격체계를 뒤틀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시 간 편의점의 카드 결제 원가율은 실제 3%가 넘는데 새 카드 수수료율 체계에서는 이를 2% 이내로 낮췄다"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분은 대형사에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현금사용과 카드사용에 대한 형평성도 문제다. 카드를 사용한 이들에게 연말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준 것은 카드사용을 장려하기위한 것이다. 카드 사용 고객의 원가비용이 현금 사용 고객의 원가 비용에 비해 훨씬 높지만 현금을 사용한 고객에겐 아무런 할인 혜택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금 사용에 따르는 과세 양성화 등의 문제가 남는다"며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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