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의 경쟁이 뜨거웠던 2012년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각각 서너명씩 되던 후보들은 박근혜, 문재인 후보로 압축됐다. 두 후보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에 기대 테마를 형성했던 종목들은 철퇴를 맞았다. 지난주까지 여론조사 1위를 다투던 안철수 전후보 테마의 경우, 사퇴 기자회견 직후 열린 26일 장에서 동반 하한가로 추락했다. 김문수, 김두관, 손학규 등 미리 탈락(?)한 잠룡들의 테마주들의 운명도 비슷했었다. 예견된 테마주의 종말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번 불 붙었던 테마주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 전후보가 창업한 안랩은 후보 사퇴후 하한가를 간 후, 다음날부터 이틀 연속 급반등했다. 안랩 주가는 후보 사퇴 전보다 오히려 더 올랐다. 다른 안철수 테마주들도 뒤를 따랐다. 테마주 투자자들은 안 전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여전히 중요한 키(key)를 쥐고 있다는 사실에 무게를 실었다. 이렇게 안철수 테마의 생명력은 연장됐다. 일부 테마주는 줄을 바꿨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분을 보유한 우성사료는 지난주까지 줄곧 안철수 테마주와 함께 움직였다. 지난 26일에도 하한가로 추락했다. 하지만 신 의원이 문 캠프의 미디어단장이란 사실을 앞세워 문재인 테마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여당쪽 테마주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김두관 테마주의 대표주자였던 신공항 테마주들은 어느 순간 박근혜 테마로 변신해 있었다. 김문수 테마의 대표였던 유니버셜스튜디오 테마주도 박 테마로 편입됐다.마지막 한표라도 더 끌어모으려는 후보들의 노력은 결국 5년전 대선 테마주까지 부활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문인 구천서 전의원이 대주주인 C&S자산관리(옛 신천개발)가 28일 모처럼 급등했다. 구 전의원이 박근혜 캠프의 선진비전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이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신천개발은 5년전 대표적인 대선테마주중 하나였다. 구 전의원과 이 대통령의 인연을 매개로 2007년 8월, 4000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그해 12월 3만1000원을 넘었다. 대선 테마 덕에 단기간 8배 가까이 폭등을 했지만 그해 신천개발은 적자전환을 했다. 2006년 16억8300만원이던 영업이익은 2007년 1억7700만원 적자로 바뀌었다. 테마로 급등한 후유증은 다음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3만원을 넘던 주가는 그해 10월 3000원대로 1/10 토막났다. C&S자산관리로 이름을 바꾸고 턴어라운드를 노렸지만 올해 5월까지 2000~3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증시의 우상, 미스터 주식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탈로니는 "부풀려진 버블은 작은 바늘에도 붕괴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테마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지만 안랩은 불과 2개월여전 가격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문재인 후보와 여론지지율 격차가 줄어든다는 신호가 감지되자 주가는 폭락했었다. 거품은 커질수록 꺼지기도 쉽고, 그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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