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대한민국 과학기술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몇 년 전부터 청소년의 이공계기피 현상이 사회적 관심사를 넘어서 걱정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의 미래성장 동력인 이공계에 대한 대학진학 희망자가 급감하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의 앞날에 암초가 생긴 것이다.  사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며, 2000년대 들어와 선진국 또한 동일한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편하고 쉽게 커온 청소년들이 이공계의 기초과목인 수학, 물리, 화학 등 공부하기 까다롭고 난해한 과목을 인내하면서 공부하는 습관이 안 돼 있다.  게다가 정보기술(IT)과 미디어 예술의 발달로 연예, 예체능, 오락 등 감성분야에 대한 청소년 층의 선호도는 하늘을 찌르면서 이런 현상들 모두가 청소년층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직결되고 있다. 어디 이것뿐이랴? 이공계 대학은 졸업할 때까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실험실습에 따른 비용이 추가돼 이공계는 인문사회계에 비해 통상 20% 이상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졸업할 수 있다. 이렇게 까다롭고 더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 공부하고 나면 대접이라도 후해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평생 소득' 관점에서 이공계의 보상은 의학계에 비해 약 70%에 불과하고 상경계, 그리고 법조계에 비하여도 약 90% 정도에 머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니 내로라하는 우수 인재가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의 경우 타 분야 대비 통상 30% 이상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이공계의 설움은 차치하고라도 과학기술자로 평생을 살기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과학과 기술은 끊임없이 새롭게 변모하므로, 어려운 학습과정을 수료하고 과학기술자로 사회에 정착한 후에도 새롭게 변모하는 첨단과학을 공부하고 신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되고 마는 것이 이 동네의 사정이다.  이른바 '무한 혁신'의 희생자가 되기 십상인 것이 바로 과학기술자이다. 사정이 이러니 청소년의 이공계기피 현상을 그 누가 나무랄 수 있으랴.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주춤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정착하기 위한 마지막 관건은 '과학기술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령화에 따른 국가 성장 동력의 재충전, 선진형 산업구조 확충, 에너지 인구 환경 등 인류문제의 해결,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과의 기술격차 유지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 줄 유일한 원군이 바로 과학기술자인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과학기술정책의 핵심은 바로 과학기술자들의 사기를 높여 이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국가적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이들 과학기술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까?  정답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경제적 보상을 한층 높여서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에 진입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이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맘껏 일할 수 있도록 직무환경을 조성하면서 보람, 긍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존중하고 대접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모든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리고 이렇게 답하고 싶다. 질문: 과학기술자는 무엇을 먹고 사나요? 정답: '사기(士氣)'를 먹고 삽니다.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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