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 진동규의 '포장마차'

내 첫사랑 같은 것들이/회청색 포장을 뒤집어쓰고/거푸집에 기대어 있다/다시 올 리 없는 사랑이/무슨 변명같은 몸짓으로/비닐끈에 묶여 있다진눈깨비 질척이는 밤/못 견디는 못 견디는 그리움으로/불숯덩이를 삼키고/서 있다진동규의 '포장마차'■ 서울 인사동 네거리 근처에서 문득 멈춰서서 바라보는 장면같다. 이 포장마차 내부에서 일어난 사연에 관해서는, 가수 '지아'가 절절하게 채워주고 있다. 그 노래를 들어보자. 그녀는 얼마 전 그 남자와 이곳에서 헤어졌고, 문득 오늘 다시 왔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술 한잔 해요. 날씨가 쌀쌀하니까. 따끈따끈 국물에 소주 한잔 어때요. 시간 없다면 내 시간 빌려줄게요. 그대 떠나간 후에 내 시간은 넘쳐요. 눈치 없는 여자라 생각해도 좋아요. 난 그냥 편하게 그대와 한잔하고 싶을 뿐. 괜찮다면 나와요. 우리의 사랑이 뜨겁던, 우리의 사랑을 키웠던, 그 집에서 먼저 한잔 했어요. 조금 취했나 봐요. 그대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아. 바보처럼 자꾸 눈물이 나요. 그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듯이, 따뜻했던 국물도 점점 식어가네요. 한잔 더 하고 이제 난 일어날래요. 비틀대는 내 모습 보기 싫어질까봐."(노래 '술 한잔 해요'중에서) 이런 서러운 전화기를 든 채 저 시를 다시 읽어보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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