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4>│마흔 일곱 이승철의 아홉 가지 그림자
<div class="blockquote">싸이는 너무 점잖고 윤미래는 너무 순하다. 생방송 첫 주를 마친 Mnet <슈퍼스타 K4>는 도전자들의 실력과 캐릭터 못지않게 심사위원들의 취향과 평가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던 시즌 2, 3에 비해 어쩐지 심심해졌다. 평가와 재미 양면에서 균형을 잡아주던 파트너 윤종신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심사와 예능을 오가며 아파트 관리소장과 부녀회장을 겸하는 듯 동분서주 고군분투 하는 이승철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독설은 약해진 대신 수다와 개그가 늘어난, 한 마디만으로 자신의 마성을 증명한, 촐싹맞고 얄미운데 왠지 점점 귀여워 보이는 마흔 일곱 아저씨 이승철의 9가지 매력을 <10 아시아>가 분석했다.
돌직구 투수 이승철, 어서와~“근데, 노래를 이렇게 못할 수도 있나요?” 시즌 1, 2에서의 독설에 비하면 강도는 한참 약해졌지만, 자신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내뱉는 이승철의 직설 화법은 여전하다. 고급스럽게 포장하거나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그의 방식은 “음악을 오랫동안 했지만 음치한테 감동받긴 처음”이라는 칭찬도, “그냥 노래를 태어날 때부터 못해. 그냥 음치야!” 라는 비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심사평 뿐 아니라 여자 하사와 남자 상병의 조합인 2MS를 향해 누구나 내심 궁금했을 질문인 “둘이 사귀세요?”를 던지고, 버클리 음대를 다니다 ‘말았다는’ 사실을 밝히려는 싸이에게 “그 얘긴 안 해도 돼. 입학이 중요하지, 졸업까지 너에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아!” 라고 단언하는 이승철은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의 김구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연규성에게 합격 소식을 전하면서 “난 독설은 할 줄 알지만 이런 말은 못하는데 자꾸 날 시키네?”라며 눈시울을 붉히고, 우는 박지용에게 포켓치프를 꺼내 건네는 그는 은근히 마음 따뜻한 남자이기도 하다. 물론 “야, 이거 형 손수건이야” 라며 생색을 잔뜩 낸 것은 눈감아주는 걸로. - 영국 미들섹스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김훈에게 “근데 걔네들은 왜 섹스라는 단어를 썼대요?”<hr/>
주책 오빠 이승철, 어서와~올해 나이 마흔 일곱, 데뷔 28년차, 두 딸의 아버지. 그러나 육군 예선 심사에 태티서가 찾아오자 서현에게 어깨동무 하며 장병들을 향해 “내가 부럽지? 부럽지? 돌아버려라!” 하며 깐족대는 이승철은 어쩐지 주책없는 복학생 선배 같다. 강동원 닮은 참가자 정준영이 등장하자 객원심사위원 백지영에게 “여자들이 매력 있어 하는 스타일 아니에요?” 라며 유도심문을 해 놓고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라는 답에 “니 스타일 말고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 (나이가) 몇 년 차이나는 줄 알아?”라고 다 들리게 면박 주는 것도 얄미운 오빠의 행태 그 자체다. 하지만 대선배로서의 근엄함 따위는 내던진 그가 세 심사위원 가운데 예능감을 책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참가자에게 엄한 표정으로 “웃어?” 라고 겁 준 뒤 “진짜 웃겨서 그런 거 아니”라고 해명하면 “안 웃겼어요? 웃기려고 그런 건데” 라며 장난치고, 싸이가 이 유행어를 탐내면 “그거 내꺼야!”를 외치는 이 ‘미운 마흔 일곱 살’ 아저씨, 은근히 귀엽다. - 딕펑스의 키보디스트 김현우의 엉덩이춤을 즉석에서 따라하더니 “아차 싶다 지금” <hr/>
국세청 관심대상 이승철, 어서와~“(음반 판매량) 천만 장 넘었어? 난 천만 장 넘었는데?” 심사위원이지만 참가자에게 요만큼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노골쏭’ 음반을 백만 장 이상 팔았다는 참가자 정희라에게 묘한 경쟁의식을 드러낸 이승철은 여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거, 많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국세청에서 연락 오기 때문에...” 즉, 뮤지션이지만 금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감추지 않는 그가 참가 밴드를 향해 “곡은 누가 썼어요?”라고 묻는 것은 단지 음악을 칭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저작권 땜에 싸울 텐데?”라는 기승전돈의 흐름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우승 상금 타면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는 계범주에게 “우승하면 다른 여자...” <hr/>
리액션의 황제 이승철, 어서와~<슈퍼스타 K4>에서 무대를 가장 즐기는 이는 누가 뭐래도 이승철로, 그의 적극적인 리액션은 방청객 아르바이트를 해도 웃돈을 받을 수 있을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참가했던 볼륨이 “보고 싶었습니다” 인사를 하자 “미투~”라며 손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넉살은 물론, 군인 참가자의 ‘나 혼자’ 댄스 등 신나는 무대마다 터지는 다소 경망스런 박장대소 “캬하하하하핫”은 KBS <해피 선데이> ‘1박 2일’을 시청하는 아버지의 반응과 흡사할 정도다. 심지어 기분이 좋을 때는 노래 실력이 심하게 부족한 십대 소년 참가자에게 “네버엔딩 스토리 한 곡 더!”를 주문하더니 “내가 저런 걸 배워야 돼. ‘혼신적’으로 부르잖아. 가슴으로 부르는 거죠!” 라는 ‘꿈보다 해몽’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리액션 컨디션은 순간순간 다르다. 딕펑스의 무대를 어깨춤까지 추며 즐긴 이승철이었지만 합격한다면 프리스타일 랩을 들려주겠다는 그들에겐 바로 냉정하게 말하길, “그런 거 듣고 싶진 않아요”. - 엉덩이가 젖은 것도 모르는 채 ‘나 혼자’ 춤을 추는 싸이에게“유연해! 연두부 같애!”<hr/>
노안 중년 이승철, 어서와~짙은 선글라스 너머의 눈빛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년 전부터 노안이 와서 가까이 있는 게 잘 안 보인다”고 고백한 이승철은 때때로 선글라스를 코에 걸쳐 내린 채 눈을 흡뜨고 참가자들을 응시한다. 마치 바늘귀를 꿰실 때의 할머니처럼 ‘오’와 ‘에’ 사이에 위치하는 입모양은 그가 한껏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아하게 ‘꽃밭에서’를 부르는 트랜스젠더 참가자 정소희와 ‘노골쏭’의 정희라를 헷갈린 나머지 싸이에게 “그 유명한 소세지 누님”이라 소개하고 나중에 사과하거나, 자칭 “딱 봐도 남자”인 사춘기 소년 유승우에게 “남자에요?”라고 묻는 실수를 가끔 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예선에 참가한 가수 조앤에게 “어디서 많이 봤는데...?”<hr/>
약간은 사오정 이승철, 어서와~누굴 만나도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인사를 건네는 이승철이지만 어느새 45세를 지나서일까. 함께 TV를 보고 있어도 유독 말귀를 못 알아듣고 “쟤가 지금 뭐라 그랬니?”라고 묻는 엄마처럼, 이승철도 가끔 참가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혼란을 겪는다. 러시아어 인사를 건넨 ‘러통령’ 박상보에게 “한국말을 잘 못하세요? 러시아에 언제 가셨어요?”라 묻고, “그것은 개인기”라 일러 주는 백지영과 이하늘에게 “아니라니까!”라 우기다가 겨우 알아듣는 그의 황망한 표정은 어쩐지 애잔하다. 빠른 생일이라 나이보다 한 학년 위라는 유승우의 설명에 ‘월반’을 떠올린 듯 “아, 이게 그 유명한 그건가? 학교 저기하는 거?”라며, 역시 부모님들 특유의 ‘지시대명사 화법’을 사용하는 것도 친근하다. - 윤미래와 싸이가 영어로 대화할 때 “둘이 영어로 얘기하는 건 나를 못 듣게 하려는 거야?”<hr/>
해맑고도 당당한 이승철, 어서와~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끄러워하는 게 부끄러운 거다. 아프리카 TV에서 인터넷 가수로 활동했다는 연규성에게 진심으로 해맑게 “아프리카 TV라는 게 우리 나라에 있나요?”라 묻는 이승철은 마치 “페이스북이라는 건 무슨 책이냐?”라고 묻는 부장님 같지만 뭐 어떤가. 우리 모두는 아는 것 빼고는 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딕펑스를 ‘딕훵스’라고 발음했다가 지적당하고 “한림예술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이지혜에게 “한림이면...제주도?” 라고 묻는 것처럼, 몰라도 일단 던져 보고 틀려도 전혀 개의치 않는 이승철은 언제나 당당하기에 보는 사람도 마음 편하다. 브루나이에서 온 참가자 푸트리 노리자를 보며 “더운 나라에서 왔는데 가죽잠바를 입고 있네?”라며 신기해 하다가 싸이가 “그니까, 여기가 안 더우신 거죠”라 설명하자 “아...제가 가끔 좀 모자라요” 쿨하게 인정하는 태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귀감이 될 법 하다. - 제복 입고 온 볼륨과 인증샷 찍으며 “스튜디스하고 사진 찍는 것 같아요” <hr/>
‘슈스케 공무원’ 이승철, 어서와~<슈퍼스타 K> 시즌 1부터 4까지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이승철은 가히 병장에서 말뚝 박고 하사관이 된 것 같은 수준으로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티걸’이 바뀐 것을 제일 먼저 알아보고 이하늘에게 소개해주는 것도, <슈퍼스타 K4> 간판 네온사인이 업그레이드된 것을 자랑하는 것도, 참가자가 심상치 않은 행동을 보일 때 “이쯤이면 경호원이 올라올 때가 됐는데...”라며 예측하는 것도 그다. 심지어 이지혜에게 “늦잠 잤다고 소문났던데?”, 연규성에게 “둘째 낳았다던데 아들이에요, 딸이에요?”라고 물을 정도로 참가자들의 개인사를 꿰고 있는 것은 가히 학생주임 혹은 시어머니의 경지다. 하지만 시즌 3에서 울다가 화장이 번졌던 볼륨이 또 울까 봐 “워터프루프 마스카라 했지?”라고 챙기는 정도의 섬세함이라니, 시즌 5에서는 이승철에게 근속 기념 황금열쇠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 계범주더러 “떨어지면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 나오라"는 백지영에게“이게 어따 대고 섭외질이야!”<hr/>
마성의 남자 이승철, 어서와~“나도 옛날엔 아이돌이었다?” 예선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화의 이민우와 god의 김태우에게 이승철은 말했다. 과거 “밖으로~~~~~~~나가 버리고” 한 소절로도 무수한 소녀들을 쓰러지게 만들었던 하이틴 스타 출신 이승철의 자존심인 것이다. 그래서 곱게 치켜 올라간 속눈썹과 선명한 아이라인, 살짝 아련해 보이는 눈매와 고혹적인 표정으로 스무 살 로이킴에게 “나 올해 마흔일곱이거든? 어려보이지?”라는 질문으로 굳이 “굉장히 동안이세요...”라는 대답을 얻어낸 이승철은 그 당당하고 자연스런 애티튜드만으로도 가히 마성의 남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뽀얀 피부에 미성을 지닌 유승우에게 “어렸을 때 나를 보는 것 같아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취재팀 글. 최지은 five@편집팀 편집. 장경진 thr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