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 대응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지난 4일 오후 6시께.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5·18민주화운동 지도자 윤상원 열사 생가 앞이 일순간 시끄러워졌다. 안 후보가 생가 방문을 마친 직후 기자들이 안 후보 캠프 이숙현 부대변인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캠프가 언론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태는 이날 '풀(Pool) 기자단'의 취재에 대해 캠프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안 후보가 광주시 충장로에서 시민들을 만날 때 풀 기자들이 안 후보에게 내곡동사저 특검, 야권후보 단일화 등과 관련해 묻자 캠프 측은 "갑자기 질문하면 안 된다"며 막았다. 충장로 일정이 끝나고 풀 기자단이 취재 내용을 캠프에 전달하자 캠프 측은 취재에 참여한 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민영 대변인과 이 부대변인은 기자에게 "'(안 후보에게 사인을 요청한 시민들을) 제지했다'는 부분을 수정해도 되겠느냐", "질문을 막은 것은 예정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전날 여수방문 취재에서도 대변인실은 풀 기자에게 특정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급기야 기자들이 폭발한 것이다. 현장이 협소하거나 복잡할 경우 언론사들은 소수의 풀 기자단을 구성해 대표로 취재하고 그 내용을 이메일로 서로 공유한다. 편의상 대선후보 캠프에서 이메일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취재 내용에 손을 대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안 후보 캠프처럼 취재를 통제하지 않는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 대변인이 안 후보의 2박 3일 호남방문 일정에 동행한 30여명의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유 대변인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언론에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하려 했던 것이지, 취재 내용에 개입하거나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막 캠프의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라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이런 언론 대응은) 안 후보의 뜻이 아니라 제 책임이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간 안 후보 캠프는 언론 대응에 유독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공보(公報)에 소극적이었고 유 대변인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소통 창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 대변인이 '본인 책임'이라며 수습하려 하지만 캠프의 이 같은 분위기에는 안 후보의 의중이 다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충장로 방문 후 이어진 광주 조선대 강연에서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다음 비공개 행보를 이어간 이유는 국민들의 진솔한 고민을 듣기 위해서였다"며 "수십 명의 기자들이 앞에 있으면 사회적 약자들이 주눅이 들어 어려움을 밝히지 못하고, 또 기자들이 많으면 시간에도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에 행보를 공개하는 것을 '정치적 관점에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홍보행위'로 규정했다. 국민들과 대화하는 것에 언론이 방해가 된다는 안 후보. 그렇다면 안 후보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국민들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지 묻고 싶다. 굳이 '국민의 알 권리 대변'이라는 추상적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수많은 국민들이 안 후보를 '더 잘 알기 위해' 언론을 통한다. 안 후보는 이 점을 명심하고 언론 대응에 임해야 할 것이다. 비(非)정치인 출신이라는 핑계로 '미숙함'을 주장하기에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숙함이 도를 넘으면 '불통'이 된다. 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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