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성(性)숙도 '장난 아니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초등학생들의 성(性)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성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는데 반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지, 영상매체, 특히 사이버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성을 받아들이면서 왜곡된 성의식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24%가 성관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문제와 관련해 부모와 교사에게 의논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와 의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질문하기 어색해서(33%) ▲이미 다 아는 내용이어서(27%) ▲알고 싶지 않아서(24%) 순으로 나타났다. ◆"야동? 그거 야한 동영상이잖아요" 분당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이 모씨(45). 최근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 2학년들 사이의 대화에 화들짝 놀랐다. 한 남자아이가 "야동이 뭐야?"라고 물었고 다른 또래 아이가 "그것도 몰라? 그거 야한 동영상이잖아"라고 답하고 있었던 것.
이 씨는 아이들에 "그런 거는 어디서 들었니?"라고 물었고 아이들은 "선생님! 인터넷 들어가면 다 나와요"라고 답했다. 이 씨는 초등학교 2학년만 돼도 벌써 인터넷으로 성에 대한 여러 가지 왜곡된 모습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실태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야동이니, 야설이니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왜곡된 성의식을 인터넷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구체적인 매뉴얼에 따라 교육 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큰 사건이 날 때마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성폭력 예방에 대한 글'을 보내오지만 이 또한 전문적이지 않고 보건교사가 인터넷이나 혹은 비슷한 문건을 찾아 작성하는 데 불과하다. 이 씨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많고, 가정통신문도 형식적인 내용만으로 가득하다"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과 성범죄 예방을 위한 매뉴얼 개발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성교육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시켜야 하고 학년별 수준과 현실적 요구에 맞는 성교육 지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의 성상담과 관련된 조직과 인터넷 사이트는 넘쳐 나지만 정작 초등학생 성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초등학생들이 사이버를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사이트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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