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은 그린에서 공과 홀 사이의 브레이크(공이 꺾여 흐르는 지점)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애를 씁니다.보통 함께 동반한 캐디에게 "어느 쪽으로 얼마만큼 봐야 하지?"라고 묻습니다. 우리 캐디들은 이럴 때 왼쪽이나 오른쪽의 방향 설정과 함께 홀 1~2개, 공 1~2개 정도 더 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아주 깊게 들어가는 고객이 있습니다. "홀 오른쪽 끝 정도만 보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했더니 고객이 "끝 어느 정도?"라고 되묻습니다. 캐디가 "홀 바깥쪽으로요"라고 하자 이번에는 "바깥쪽 얼만큼?"라고 합니다.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몇 개 홀을 지나면서 너무 예민하게 묻는 고객 때문에 고민하던 캐디는 급기야 "고객님, 새끼 발까락만큼만요"라고 합니다. 고객이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합니다. 이제부터는 홀마다 고객의 몸 구석구석이 타깃 설정의 방향이 됩니다. 캐디는 "고객님, 콧구멍만큼이요", 또 "고객님, 엄지 발가락만큼이요"하면서 고객의 온 몸을 다 표현해가며 18홀 내내 그린 홀 주변의 브레이크를 읽어 드렸습니다. 조금은 예민한 고객도 캐디의 재미난 표현과 행동에 연신 껄껄 웃으며 라운드를 마쳤습니다. 보다 자세히, 좀 더 정확히 그린을 읽고 공을 넣고 싶은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캐디들은 직접 퍼터를 들고 있는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이 캐디처럼 약간의 유머로 모두가 즐거워지는 상황을 만들면 고객이 미소를 띠게 되고, 우리 캐디들의 마음도 풀어지기 마련입니다. 말 한 마디는 어렵지 않습니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죠. 작은 생각의 차이가 말의 변화로, 또 행동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어려운 라운드도 즐겁게 풀어 나갈 수 있는 작은 유머는 결코 어렵지 않은 즐거운 상상에서 시작됩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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