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헬무트· 佛 지스카르 '유로 17개국 지나치게 많다'

독 슈피겔 대담 '그리스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연합(EU)을 설계한 주요한 두 사람인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93)와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86)은 유로 회권 17개국은 숫자가 너무 많으며, 그리스는 탈퇴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그리스의 탈퇴를 촉구했다. 두 전 정상은 11일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 대담에서 유로존 국채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오늘날 유럽 정치인들이 비전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4년부터 시작한 임기중 이들은 석유위기와 경기침체,물가승상과 실업률 등 난제를 처리해야 했던 정치인들이었다.이들은 1971년8월15일 리차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면서 브레튼 우즈 체제가 무너지자 안정된 환율을 유지하는 유럽통화시스템(EMS)과 결제수단으로 유럽통화단위(ECU) 도입을 적극 지지했다.이들의 노력 덕분에 1975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 6개국이 참여하는 그룹식스가 출범했다. 지스카르 전 대통령은 1981년,슈미트 전 총리는 1982년에 각각 선거에 져서 물러났으나 이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두 노(老) 정치가는 살아 생전에 유로의 붕괴를 목격할 것으로 보느냐는 슈피겔의 물음에 공히 “유로는 우리 둘보다는 오래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지스카르 전 대통령은 “유로화는 달러 존 보다 부채가 적고 엄청난 무역흑자와 잘 관리된 통화가 있는 지역의 통화”라면서“달러화에 대한 유로의 환율은 2002년 도입당시보다 높은데 왜 의심하는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금융시스템에 기원을 둔 중상모략의 희생자들이며,추측을 낳게 하는 의사소통의 전투를 한창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도 “유로는 위험하지 않으며 사라질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유로존은 '정치·경제의 동일성이 부족해 다양한 구성을 가진 동맹이 오래 갈 수 있게느냐'는 질문에 슈미트 전 총리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처음 조인됐을 때 EU 회원은 12개국이었는데 이들이 유럽내 모든 국가가 합류하도록 권유하고 통화동맹의 회원국이 되도록 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슈미트는 “27개국에 가입을 권하고 이 가우데 17개국을 받아들인 것은 실수”라고 못박고 “17개국은 지나치게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스카르 전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스를 받아들인 것이 실수다. 그리스는 준비가 안돼 있었다.그리스는 기본적으로 동양의 나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로 그룹은 무한히 확장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능력을 갖춘 폴란드외에는 추가 회원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슈미트 전 총리도 여기에 공감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문제와 관련, 지스카르 전 대통령은 “그리스가 책임과 의무를 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면서 “회원국이라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치연합’(political union)을 추진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둘 다 반대의견을 나타냈다.슈미트 전 총리는 “정치연합은 국채위기,은행위기,경제위기라는 유럽의 3대 위기를 극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지스카르 전 대통령도 “유로 그룹은 조직을 가질 필요가 없다. 큰 유럽연합(EU)을 작은통화동맹과 뒤섞는 것을 중단해야만 한다”면서 “유로존 17개국이 자기네들 근심사를 논의하는데 EU 27개국 전부가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통합과 관련해 슈미트 전 총리는 가속도가 부족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30년이나 40년 전에는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총리가 협력하겠다는 절대 적인 의지가 있었다”면서 “이게 없다면 재정협약과 같은 도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지스카르 전 대통령은 “독일이 지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해서도 안되고 프랑스의 지도력도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유럽 중앙의 큰 두 나라인 독일과 프랑스는 협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유럽합중국이 유로 17개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EU 27개국이 될 것이냐는 물음에는 지스카르 전 대통령은 17개국이라고 잘라 말했다.그는 “우리는 유럽 합중국을 만들 수 있는데 촘촘히 짜여진 핵심부내에서이지 더 큰 유럽연합에서가 아니다”면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합중국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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