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30홈런, 3할 타율, 100타점은 세계 어느 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타격 지표다. 투수에게 절대 평가 기준은 평균자책점. 선발, 마무리, 중간 구분 없이 방어율이 좋으면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타자는 조금 다르다. 리드오프에게 가장 요구되는 성적은 높은 출루율이다. 클린업트리오는 타점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가운데 3번 타자는 높은 타율도 남겨야 한다. 이를 충족하면 이름 앞에는 자동으로 ‘엘리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모두가 제 역할에 어울리는 성적을 남기는 건 아니다. 3일 현재 출루율과 타격 선두를 달리는 건 한화의 4번 타자 김태균. 각각 3할8푼9리와 0.489를 기록했다. 최다안타(132개), 장타율(0.581) 등을 더해 올 시즌 비공식 타격 4관왕이 유력하다. 이 같은 선전에도 김태균은 많은 야구팬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소속팀 한화가 부진하고 간판타자의 자존심이자 야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이 부족하다. 올 시즌 그린 대형아치는 15개. 1위 박병호(넥센)보다 11개가 더 적다.최근 도루를 제외한 타격 부문 타이틀 홀더는 대부분 클린업트리오에서 배출됐다. 2010년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현 오릭스)는 타격 7관왕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챙긴 건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였다. 타격왕은 이대호의 몫이었다. 짧게 끊어서 치는 타자가 타격왕을 거머쥐던 과거와 달리 파워히터들이 타격 전 부분을 지배하는 셈이다. 지난 시즌 30홈런, 3할 타율, 100타점을 모두 달성한 선수는 최형우가 유일하다.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고 팀 간의 실력 차가 줄어들수록 홈런과 도루의 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올 시즌은 중반까지 여느 시즌보다 순위 다툼이 치열했다. 그래서인지 홈런, 타점 부문 선두들의 성적은 저조하다. 홈런 부문 1, 2위를 달리는 박병호와 박석민(삼성)은 각각 26개와 22개를 기록 중이다. 타점 1, 2위도 두 선수가 경쟁한다. 나란히 87점과 85점을 남겼다. 다른 선수들이 경쟁에 합류할 변수는 크지 않아 보인다. 남은 경기가 20차례를 조금 넘어 몰아치기가 쉽지 않은데다 순위 다툼마저 여전히 치열하다. 투수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30홈런, 3할 타율, 100타점을 모두 달성하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박석민의 타율은 3할1푼6리다. 박병호는 이보다 크게 낮은 2할9푼2리다.
박석민(사진=정재훈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는 박찬호(한화), 김병현(넥센), 이승엽(삼성), 김태균 등이 국내로 복귀하며 관중 대폭발을 이끌어냈다. 치열한 순위 싸움 등도 흥밋거리를 양산하며 여기에 힘을 보탰다.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다. 프로야구의 흐름은 미국 메이저리그보다 일본 프로야구를 더 쫓는 분위기다. 각 구단들은 외국인 타자를 단 한 명도 고르지 않았다. 투수력에 비중을 둬 지키는 야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희생번트와 스퀴즈의 빈도도 유난히 많아졌다. 8월 26일 사직 두산-롯데전에서는 한 이닝 스퀴즈가 두 차례나 나오기도 했다. 일본은 1-0의 투수전을 좋아한다. 반면 미국은 8-7의 케네디 스코어를 사랑한다. 어떤 점수 차의 경기도 좋다. 중요한 건 투타의 균형이 얼마나 잡혔는지 여부다. 프로야구가 재미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린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일 것이다. 치열한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승리에 대한 집착에 타자들의 배트 길이가 짧아지고 장타력이 사라진다면 관중들은 자칫 프로야구를 외면할 수도 있다. 박병호, 박석민 두 타자가 남은 경기에서 선전을 이어가길 바라는 주된 이유다.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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