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 공판중에 낙담한 사연

▲ 권혁 시도상선 회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준영 기자] 지난 1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층 425호 법정. 이곳에선 역외탈세,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의 7차 공판이 열렸다.권 회장은 중대형 선박 130여척을 보유한 대자산가로 국내외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오나시스(그리스의 선박왕)'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이런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2200억여원을 탈세하고 국내 조선사와 선박건조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 9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초엔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사상 최고액인 4101억원의 추징금이 부과된 상태다.권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은 지난 4월 열렸고, 이날은 7차 공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판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오후 4시 무렵 검찰 측에서 새로운 증인 신청을 요구했고, 그 증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증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법정에 들어서자 권 회장은 순간 멈칫하며 다소 긴장한 눈치를 엿보였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권 회장의 시도상선과 동종 업계인 '퍼스트쉽핑'의 대표였던 김 모씨였다. 김 전 대표는 중견 해운업체 퍼스트쉽핑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한 혐의로 2010년 10월 구속돼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중이다.김 전 대표가 증인석에 앉자 검찰 측에서 증인에게 물었다. "시도상선 권 회장처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세금를 회피하는 것이 선박업계의 관행이냐?"김 전 대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세금 회피)관행인지 아닌지 그것까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선박업계에서 권혁 회장이 선도적으로 사업을 펼치다 보니, 그를 롤모델로 삼아 그가 해 왔던 (사업)방식을 따라 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난 구속된 상태"라고 답했다.이 얘기를 듣는 순간 권 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권 회장은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굳은 표정은 김 전 대표의 심문이 끝날때까지 이어졌다.김 전 대표의 증언에 대해 권 회장의 변호인 측은 "범죄인으로 구속된 사람은 증거 능력이 떨어진다"며 항의했다. 김 전 대표는 권 회장 변호인 측의 반대 심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검찰 관계자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회계를 조작한 퍼스트쉽핑의 수법이 시도상선과 비슷해서 권혁 회장을 수사할 당시 (김 전 대표)참고인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권 회장의 변호인측에서 이 조서를 동의하지 않아 김 전 대표를 법정에 다시 불러 확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권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23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고형광 기자 kohk0101@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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