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CP “SBS 드라마는 젊다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

<div class="blockquote">5월 28일 9.3%로 시작한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가 22.6%로 종영했다. 인기 아이돌 멤버가 출연하지도, 해외 수출용으로 기획되지도 않은 <추적자>의 성공은 시청률 뿐 아니라 많은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추적자>만이 아니다. 현재 방송 중인 수목 드라마 <유령>과 종영한 <옥탑방 왕세자>, <샐러리맨 초한지>, <패션왕> 등까지 2012년 SBS 월화수목 미니시리즈는 대부분 시청률에 관계없이 ‘핫’했다. 사회성 짙은 작품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적어도 ‘중박’은 내거나 이슈 메이킹에 성공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월화에 <추적자>, 수목에 <유령>을 나란히 편성, 사회성 짙은 드라마로 주중 프라임 타임을 채우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SBS 드라마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길을 가게 된 걸까. 지난해부터 월화수목 미니시리즈를 담당하는 SBS 김영섭 총괄 CP에게 그가 생각하는 드라마에 대해 물었다.
<추적자>가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지만 시작할 땐 MBC <빛과 그림자>가 인기였고 KBS <빅>이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쉽지 않은 편성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결정했나.김영섭 CP: 사실 <추적자>는 보류해 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원래 들어가기로 한 다른 작품이 캐스팅 문제로 지연되면서 급하게 <추적자>를 넣었다. 물론 내부에서도 여러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대본 하나는 확실하게 믿을 수 있었기 때문에 편성을 결정했다. 거기에 조남국 감독이란 좋은 연출자와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붙이면 잘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H3>“<추적자>는 대본 하나 믿고 편성했다”</H3>

“젊은 시청자들한테 신파 내지 올드한 내용으로 보일까봐 제목을 [아버지]에서 [추적자]로 바꿨다.”

인기 아이돌 캐스팅이나 PPL, 해외 판매용 기획 등 드라마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한 고민이 많은 상황에서 대본만 믿고 편성한다는 게 오히려 신선하다.김영섭 CP: 아이돌이 출연하는 드라마도 필요하다. 해외 판매가 유리해 제작비를 보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드라마가 도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추적자> 같은 드라마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근 1~2년 사이 드라마를 보면 배우 만 유명하다고 무조건 성공하지도 않는다. <옥탑방 왕세자>도 초반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희명 작가의 대본에 분명 새로움이 있었고 박유천이라는 좋은 배우도 들어왔기 때문에 자신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드라마의 본질은 이야기의 힘에 있다. 이야기의 종류와 그것을 담는 형식은 다양할 텐데 <추적자>처럼 정치, 사회를 깊이 파고들면서 장르성도 강한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대중이 그런 종류의 이야기와 형식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나. 김영섭 CP: 처음 기획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배경이 대선이라 정치적, 사회적 함의를 담았다. 끝내고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그런 부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많이 있었다고 느꼈다. 장르성이 강한 부분은 충분히 어필할 거라고 예상했다. 요즘 대한민국 드라마의 새로운 경향 중 하나가 장르물이 본격적으로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는 거니까. 그래서 제목도 <아버지>에서 <추적자>로 바꿨다. 분명 미드 <24>처럼 긴장감 있게 갈 수 있는 작품인데 그 제목 때문에 젊은 시청자들한테 신파 내지 올드한 내용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장르물 느낌이 나는 제목을 정하자, 대선까지의 이야기니까 < D-108 > 어떠냐 했는데 그건 또 작가와 감독이 싫다더라. (웃음) 그 때 작가가 <추적자>란 제목을 꺼냈고 거기에 ‘THE CHASER’를 붙이게 됐다. <추적자>처럼 사회 현실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유령>도 호응을 얻고 있다. 월화에 이어 수목까지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드라마를 편성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김영섭 CP: <유령>은 작년 <싸인>의 성공을 보고 편성한 경우다. 장르성 강한 드라마도 잘 만들기만 하면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만 초반에 눈길을 잡아야 하니까 소지섭이라는 배우를 선택하고 사이버 수사대의 이야기를 쉽게 비주얼로 구현하도록 했다. 첫회를 보게 만들면 된다고 봤다. <유령>이 그리는 현실도 우리가 처한 현실이니까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방송사 내외부에서는 월화수목 다 수사물로 가는 데 대해 걱정이 태산이었다. (웃음) 하지만 난 아무리 어두운 드라마라고 해도 정말 재밌으면 다 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만드는 게 중요한 거다. <H3>“대중문화에서 기획이란 반 보만 앞서 가는 것”</H3>

“작년 [뿌리깊은 나무]부터 올해까지 SBS 드라마 좋다고 한다. 이건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다.”

그러면 대중이 원하는 드라마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올 해 SBS 미니시리즈는 사회성있는 드라마와 로맨틱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동시에 호평을 받았다. 김영섭 CP: 요즘 시청자들은 <추적자>처럼 완전히 현실과 소통하는 드라마, 아니면 완전히 가상과 판타지를 그리는 드라마를 원하는 것 같다. SBS는 지상파이기 때문에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 의무가 있으니 그 두 가지 길을 왔다 갔다 하는 거다. 8월 방송될 <아름다운 그대에게>처럼 방학을 맞이해서 학생들을 위한 기획, <옥탑방 왕세자>처럼 타임워프를 활용한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동시에 <추적자>, <유령>, <싸인>처럼 현실을 드러내는 것도 만든다. 다만 이 모든 드라마를 좀 더 새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기존의 생각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 성공적인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시청자 분석이나 사회 흐름을 읽어야 할 텐데, 주로 어떤 걸 보고 판단하거나 예측하나.김영섭 CP: 능력을 가진 인재들에게 좋은 기획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게 CP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시청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문과 TV를 본다. 얼마 전 < MBC 스페셜 >에서 여자들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런 걸 보면서 ‘도대체 요새 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들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 하는 식으로 계속 생각을 하는 거다. 드라마의 피드백도 체크한다. 시청자의 생각은 늘 앞으로 나갈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반응을 보면서 시청자가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까, 바라는 게 뭘까 고민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도 영웅이 또 필요할까? 디지털 시대에 혼자 살면서 가족에게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아날로그 감수성이 더 먹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기획을 객관화하는 거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못 본 걸 어떻게 끄집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대중에게 너무 낯설지도, 너무 식상하지도 않게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객관화의 기준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새로운 기획일수록 경영진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김영섭 CP: 당연하다. 그래서 대중문화에서 기획이란 반 보만 앞서 가는 거다. 예를 들어 <시티헌터>는 일본 만화가 원작이지만 우리나라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기 위해 아웅산 테러, 등록금 문제가 들어간다. 그렇게 기획이라는 건 앞서 갈수록 보완장치도 갖고 가야 한다. 그리고 경영진은 그동안 성공한 결과로 믿게 만들어야 한다. ‘아, 쟤가 기획하면 되더라’하는 믿음을 주면서 책임지는 거다. 배우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복제 안 하는 새로운 기획이라면 총대매고 책임져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다. 그래도 방송사 입장에선 작품성은 좋은 드라마보다 당장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이를테면 해외 수출용 드라마를 원할 수도 있을 텐데.김영섭 CP: 물론 민영 방송사로서 재원이 되는 광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에 가장 적극적인 20~49세 시청자가 주요 광고 타깃이고 그들의 시청률도 항상 분석한다. 하지만 돈 되는 드라마만 할 수는 없다. 나름 오피니언 리더라는 사람들이 작년 <뿌리깊은 나무>, 올해 <추적자>를 보고 “SBS 드라마 좋다”고 한다. 이건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다. 물론 돈까지 벌어주면 좋겠지만 이렇게 SBS 드라마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면 콘텐츠도 비싸게 팔리기 마련이다. 최근엔 해외 시장도 잘만 만들면 언제든지 비싸게 팔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주요 판매 기준이 한국에서의 시청률이라 우리가 잘 만들고 시청률 나오면 나중에라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말하면, 가시적인 수익이나 수출을 노리고 만든 드라마도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인 건가.김영섭 CP: 그렇다. 한국 드라마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 시청자들은 배우 얼굴만 보고 있을까? 아니다. 스타에 기대지 말고 드라마의 본질, 이야기의 힘을 다져야 한다. 예전엔 정말 좋은 드라마만 일본으로 수출됐지만 요샌 아니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인데 그걸 깨뜨리면 안 된다. 일본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 드라마는 시츄에이션이 강하고 한국 드라마는 연속성이 중요한 것처럼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저작권 사서 원작 그대로 따라하면 누가 그 드라마를 보겠나. 국내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모티브만 가져와 참신하게 변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구잡이 수출이나 수입은 이제 정말 지양해야 한다. <H3>“늘 새롭게 도전하는 걸 즐긴다”</H3>
좋은 기획은 결국 촬영 현장에서 완성되는데 총괄 CP로서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김영섭 CP: 16부작, 20부작 미니시리즈는 8회 정도 만들고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간혹 사전 제작을 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제작비가 1.5배 더 들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뒤쳐질 위험이 너무 크다. 그래서 광고 제도를 개선하고 러닝 타임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현재는 지상파가 방송 시간 10분 당 1분의 광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니시리즈 제작비가 작년 기준 현대물 회당 2억 5천만 원이 넘어 72분 미니시리즈의 광고를 다 팔아도 수수료 떼면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물론 제작비가 줄어들면 좋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퀄리티도 보장할 수 없는 건 변하지 않는다. 광고 총량제나 중간 광고로 재원을 확보하면 방송 시간도 국제 표준인 50분대로 줄일 수 있고 현장에서 2,3일 밤새며 일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제작 환경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데 케이블 드라마가 늘어나고 종편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김영섭 CP: 끊임없이 경쟁하는 수밖에 없다. 케이블은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데, 실제 케이블 드라마의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다. 한동안 기획 담당자들에게 케이블 드라마틱하다는 건 장르 성이 있는 드라마니까 챙겨 봐라, 그게 먹히는 시대가 올 거라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지상파는 아직까지 각자의 정체성을 갖기 힘들다. 그래서 계속 피나는 경쟁을 하게 된다. 다양함 속에서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CP에서 지난해 말부터 월화수목 총괄 CP가 됐는데 가장 달라진 점이 뭔가.김영섭 CP: CP 생활을 10년 했는데 원래 CP가 되면 끊임없이 일을 하게 된다. <추적자> 끝났지만 <신의> 또 걱정해야 하고. 요즘엔 배우들도 6개월이나 1년 전부터 섭외해야 하고 시즌에 따라 기획도 해야 한다. 총괄 CP된 이후엔 나름대로 SBS 월화수목 미니시리즈는 젊은 사람들과 호흡하는 드라마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월화는 24부작 이상의 드라마를, 수목은 강한 내러티브가 있는 더 젊은 드라마를 편성할 예정이다. 정체성을 분명히 만들어서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싶다. ‘SBS 월화수목 드라마는 다 좋다, 새롭다, 젊다’라는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 총괄 CP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김영섭 CP: 사실 어릴 때부터 그런 편이었다. 전라남도 영광이 고향인데 시골 고등학교 6개월 다니다 맘대로 그만두고 재수해서 다시 도시로 나갔다. 대학교 때도 혼자 하고 사회학과, 신문학과, 인류학과 선택 다 했는데 운동권이었고 공부도 안 해서 결국 가장 쉬운 인류학과를 가긴 했다. (웃음) 그 후에 공부를 안 했으니까 언론사 시험도 떨어졌고 1년 쉬어 보려고 영화 아카데미 다니고, 아카데미 졸업하고 영화 스크립터 막내부터 일도 했고 MBC 프로덕션 공채로도 갔다가 각색 작가도 해봤다. SBS에 와선 <그것이 알고싶다>도 했다가 시트콤도 했다가 드라마도 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나름 새롭게 도전해 보는 재미를 느끼며 살았다. 새로움이 드라마를 기획하고 만드는 가장 큰 힘인 건가.김영섭 CP: 믿을 수 있고, 독창적이고, 다양하고 모두에게 유익한 드라마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새로움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망을 채우는 거다. 소재, 대본, 작가, 배우, 하다못해 캐릭터의 직업 배경이라도 어떻게든 전과 달라야 한다. 그게 이데올로기가 될 수도 있고 신파가 될 수도 있다. 100% 시청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앞으로도 최대한 지금 사회의 변화, 사람들 생각의 변화, 환경의 변화를 드라마에 담고 싶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인터뷰. 한여울 기자 sixteen@10 아시아 인터뷰. 최지은 fiv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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