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도 소니도 '내부의 적'에 당했다

조직혁신 걸림돌 집단적 냉소주의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과거 휴대폰 시장에서 이름을 떨쳤던 노키아가 추락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2004년 터치스크린, 인터넷 연결 등 아이폰의 원형적인 기술을 개발하고도 재빨리 실행으로 옮기지 못해 추락하고 말았다. 제 아무리 제왕이라 할지라도 변화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방증한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노키아는 한 때 전 계 휴대폰의 절반 이상을 보급하던 세계 최대의 기업이었지만 현재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면서 "변화하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조직은 변한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은 기업 성공의 열쇠가 된 지 오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은 미래 전략을 논할 때 변화와 혁신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절대강자라도 시장의 흐름에 따라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조직 변화의 적, 냉소주의 극복 비결' 보고서에서 조직 변화의 실패는 조직원들이 본질적으로 변화를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조직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내부 변화가 필요한지 알아본다.
◆조직변화 실패율 70%…냉소주의 작용= 현대사회에서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변화를 시도한 기업의 70%가 실패를 경험할 정도다. 최근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의 임원 31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만이 '자사의 조직 변화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답했다. 70%에 육박하는 조직 변화 실패율은 수세기 동안 바뀌지 않으며 정설로 자리잡았다.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결과가 조직원들이 본질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인적 자원 관리 저널에 실린 '조직 변화에 대한 조직원의 태도'에 관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직원의 20%는 변화에 저항한다. 60%는 무관심하며 나머지 20%는 변화를 수용한다. 변화에 긍정적인 20%를 제외하면 80%가 거부 심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동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변화에 대한 거부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길 바라고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생겨난다"며 "조직 변화에 대한 거부 심리 이면에는 냉소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소주의는 변화 관리자들을 불신하고 조직 변화의 성공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냉소주의는 조직 전체로 확산된다= 냉소주의는 조직 변화 과정에서 '불신감→소외감→무력감'의 형태로 진화한다. 불신감은 변화의 시작 자체를 강력히 거부하게 만든다. 조직이 변화에 실패한 경험이 많을 때 더욱 그렇다. 조직 변화의 목표와 전략이 자주 바뀌면 조직원들이 방향감을 상실하고 혼란에 빠지는 탓이다. "이번엔 뭘 또 시작하려고 하지?" 라는 불신은 조직원들이 경계심으로 뭉쳐 위험을 회피하려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한다. 회사의 일관성 없는 정책 또는 경영진의 언행불일치도 구성원들의 불신을 증폭시킨다. 조직원들이 느낀 소외감도 냉소주의로 연결된다. 조직원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지 않을 때 "내가 무슨 필요가 있어?", "도대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지?"라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렇게 변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제 3자적 입장에서 조직의 변화를 관망하게 된다. 정보 부족도 소외감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조직원은 참여 의욕을 잃는다. 결국 온갖 루머와 부정적인 정보만 확산되고 조직 변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무력감도 냉소주의의 한 형태다. "내가 무슨 힘으로 이걸 하겠어",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는 반응은 변화의 동력이 상실됐음을 의미한다. 무력감이 깊어지면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고 방어적으로 업무에 임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은 권한은 적은데 책임이 과도할 때, 조직원들의 역량을 감안하지 않고 급격한 변화를 자주 시도할 때 나타난다. 특히 변화가 확산되는 단계에서 무력감을 경계해야 한다. ◆냉소주의를 극복해라= 냉소주의는 전염성이 강하다. 일부 직원으로부터 시작된 냉소주의는 전 직원으로 확산된다. 이후 소극적 참여와 협력 거부, 업무 태반, 이직 등 반 조직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 냉소주의를 한낱 단순한 감정 상태로 치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조직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냉소주의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동만 수석연구원은 "조직 내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 스스로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일관된 메시지와 행동으로 변화를 전파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변화의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 소속감을 줘 스스로를 혁신 주체로 여기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원들에게 참여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작은 성과에 대해서도 확실히 보상해줘 회사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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