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로드 사이클, 도로 달리는 데는 '선수'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직장인 박광현(34)씨는 최근 자전거 구매를 앞두고 고민 끝에 로드 사이클을 구매키로 했다. 이미 미니벨로 2대를 갖고 있는 박씨는 보다 속도감을 느끼고 싶어 로드 사이클 구매를 결정했다. 그는 "로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자전거를 타러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로드 사이클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사이클이라고 불리는 로드 사이클은 자전거로 포장된 길에서 타는 경주용 자전거를 말한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차체, 높은 기어비, 얇은 타이어를 갖춰 일반 자전거보다 빠른 속도감을 자랑한다. 탑승자의 자세를 낮출 수 있도록 핸들 바가 아래로 굽어있는 점이 특징이다. 로드 사이클의 역사는 사이클 경기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사이클 경기의 숫자가 늘어나고 활성화될수록 로드 사이클 역시 발전해왔다. 국내는 19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로드 사이클이 들어왔고, 사이클 경기가 처음 열린 건 지난 1906년 4월22일이다. 이후 1913년부터 중소 규모의 대회가 하나 둘 만들어졌고 1920년대부터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동시에 경기에 참가했다. 이 때 한국 선수들은 열악한 국내 사이클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지금까지도 기념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엄복동 선수는 1920년대에 일본선수들을 물리치고 많은 우승을 차지해 국내 사이클 유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1922년에는 전국 자전거대회가 개최됐고 해방 후 1947년 세계 사이클연맹(UCI)에 가입돼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나라가 국제대회에 최초로 참가한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대회 때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도 출전해 포인트 경기에서 4위에 오르며 한국사이클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현재 대한사이클연맹에 등록된 남녀 선수는 약 800명에 달하고 있으며, 점차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알톤 'RCT 1.0'
해외는 우리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자전거가 운동수단으로 도로경기를 가진 것은 1869년 프랑스 파리와 루엔을 잇는 도로경기가 최초다. 그 후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제1회 선수권대회가 열렸고 올림픽에서는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대회를 제외하고 줄곧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왔다. 그만큼 하나의 스포츠 경기로 인정받은 셈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총 18개 종목이 실시됐으나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 2 종목이 없어지고 남녀 BMX 경기가 추가됐다.역대 올림픽에서는 프랑스, 이태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이클 종목은 유럽에서 발달해 현재 160여 개국의 세계사이클연맹(UCI) 회원국이 있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사이클은 육상, 수영, 사격 등을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 메달이 가장 많은 종목으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클 경기를 논한다면 '투르 드 프랑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03년 창설된 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로 2003년 대회 창설 100주년을 맞이했다. 프랑스 전역을 23일 동안 질주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도로사이클대회로 난코스로 악명이 높다. 운영비만 약420억원에 달하는 등 규모면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불릴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도로일주 대회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라며 "특히 7월 3주 동안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는 온 유럽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고 말했다. 8년째 로드 사이클을 탔다는 이석근(45)씨도 투르 드 프랑스를 보고 로드 사이클에 입문한 경우다. 이씨는 "TV에서 랜스 암스트롱의 경기를 보고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사이클 영웅'으로 불리는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 7연패(1999~2005년)로 유명한 사이클 선수다. 유럽의 사이클 프로팀들은 소속 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의 사이클 선수 얀 울리히의 경우 순수 연봉으로만 100억원을 넘게 받기도 한다. 다른 선수들도 일단 프로팀에 들어가면 최소 3억원의 연봉을 보장받는다. 프로팀 입성이 곧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셈이다. 동북아시아 선수가 투르 드 프랑스에 나간 적은 일본의 사이클 영웅 이마나카 다이스케가 참가한 1996년 대회가 유일하다. 당시 다이스케마저 중도 기권해 아직 전 구간을 완주한 아시아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지금까지 국내서는 로드 사이클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MTB로 불리는 산악용 자전거의 인기에 밀렸던 것이다. 하지만 사이클 선수나 일부 동호회를 중심으로 점차 로드 사이클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업계는 전국 곳곳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신설되며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로드사이클은 속도경쟁을 위한 자전거이기 때문에 가벼운 소재와 정밀한 구동계가 필수다. 그만큼 고급자전거가 많다. 선수들이 타는 카본소재의 로드사이클은 무게가 6kg대 까지 출시되고 있으며 가격은 웬만한 중형 승용차와 비슷한 정도다. 알톤의 대중 모델인 RCT 1.0의 경우 25만원 안팎에서 카본 모델인 포디움은 150만원 근처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알톤 관계자는 "처음부터 너무 무리해서 비싼 사이클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며 "초급용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급을 올려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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