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社, 울며 겨자먹기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신용카드판 다윗은 없었다.항공업계 골리앗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격 인상 요구에 저항하던 신용카드사들이 줄줄이 백기투항했다.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격 인상 요구에 저항했지만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인상 안을 수용한 것이다.'마일리지 매매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대한항공의 으름장에 그만 항복문서(매매계약서)에 서명했다는 후문이다.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이익 축소,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체크카드 사용 증가 등 곳곳이 지뢰밭인 카드업계 입장에서 마일리지 가격 인상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도 마일리지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은 더하다. 그 부담은 카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다툼이 싱겁게 끝난 이유에 대해 카드업계는 이구동성으로 대한항공의 '우월적 지위'를 지목한다.항공사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영업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에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서슴치 않고 항공사를 '슈퍼 갑'이라고 한다.이와 함께 비용보전 차원에서 마일리지 가격을 인상했다는 말도 나온다.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염두해 둔 조치라는 것.현재 항공업계의 가맹점 수수료는 1.5%∼2.5%. 카드사 대부분 대형항공사에 1.5%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대형 할인점(1.6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낮추고 대형 가맹점에 대해선 수수료율을 올리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해 볼 때 항공사 가맹점 수수료는 인상될 소지가 있다.항공사의 가맹점 수수료가 인상되면, (물론 어느 정도 인상될 지, 또 그대로 유지될 지 아직 미지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항공사 몫이다. 이러한 부담을 상쇄시키기 위해 항공사가 마일리지 가격을 인상했다는 것이다.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가격 인상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마일리지 매매계약이 종료되는 카드사들을 상대로 줄줄이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공교롭게도 지난해 말과 올 초는 가맹점 수수료 문제로 카드업계가 한창 시끄러울 때다. 카드업계 입장에선 '개연성'이고, 항공사 입장에선 '오비이락'이다.대한항공도 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은 가지고 있다.지난 2004년 이후 마일리지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가상승 및 항공유 가격 상승 등 인상요인이 있다는 게 항공사측의 설명이다. 별도의 유류할증료가 있지만 손실을 보전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현재로선 어느 쪽 말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다만 일부 카드업계의 주장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비용보전 차원에서 가격을 인상했다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더 이상의 잡음이 나지 않게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일리지 가격에 대해 한번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조영신 기자 ascho@<ⓒ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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