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1명을 포함한 중국의 대규모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이 최근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혔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주 랴오닝성, 산둥성, 지린성 등 5개 성에 거점을 두고 활동해 온 보이스피싱 조직원 23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보이스피싱 혐의로 중국에서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ㆍ중 수사기관 간 공조의 성과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에 체포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한국으로 1200차례가 넘는 사기 전화를 걸어 1억위안(약 183억원) 이상을 가로챘다고 한다. 이들은 특히 한국인이나 한국말을 하는 중국인을 고용해 한국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서는 대검찰청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의 계좌가 돈세탁에 연루됐다'고 속여 계좌 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요즘에는 전화 속임수 외에 국내 금융기관의 홈페이지를 흉내 낸 피싱 사이트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거짓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싱 사이트로 유도하고는 개인정보를 빼내는 식이다. 빼낸 정보로 예금 인출은 물론 대출까지 받아 가로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틈타 모바일뱅킹용 가짜 응용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사기꾼들의 수법은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우리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및 이용 제한, 국제전화 발신표시제 도입, 예금 인출 지연 등 대책이 사기 수법을 한 발짝 늦게 따라가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8244건, 1019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년의 5455건보다 51.1%, 금액은 554억원에서 83.9%나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4월까지 2485건에 피해액이 274억원에 이른다. 보이스피싱의 대상은 대부분 서민층이다. 근본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기범이 전화 접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책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부터 해외에서 국내 공공기관의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발신조작으로 간주해 자동 차단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아울러 범죄조직이 거점을 중국에서 대만, 태국 등지로 옮기고 있다니 국가 간 수사 공조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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