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주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알약’ ‘알집’ ‘알툴즈’ ‘알송’…. PC를 사용한다면 국내 누구나 사용하고 있을, 또 한번쯤은 써봤을 소프트웨어들이다. 이러한 PC용 소프트웨어로 지난 20년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이스트소프트(대표 김장중)는 같은 소프트웨어 카테고리 속, 게임(카발)과 포털(줌닷컴)로 영역을 확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공략을 위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이스트소프트는 올해 창사 19주년을 맞는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PC용 SW와 게임, 그리고 지난해 출범한 검색포털 세가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SW 기술이 성패를 좌우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어떤 철학을 갖고 SW를 개발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우수 개발인력을 통해 이를 구현해내고 있습니다.”지난 1993년 이래 이스트소프트호(號)를 이끌어온 김장중 대표는 이스트소프트의 최대 경쟁력을 “우수한 SW 개발 인재와 체계화된 개발 프로세스”로 꼽았다. 이 회사는 SW기술력이라는 핵심 역량에 기초해 다양한 SW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에서만 25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알집, 알씨, 알툴바 등의 알툴즈, 백신 프로그램 알약,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카발 온라인이 있으며, 작년 하반기 1차 오픈 형태로 선보인 개방형 포털 줌(zum.com)도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줌인터넷은 최근 지식을 묻고 답하는 ‘아하줌’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포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직원 수는 350명으로 이 가운데 디자인과 기획을 포함한 연구개발(R&D) 인력이 60%에 달한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해 매출과 인력이 각각 300억원, 300명을 넘어서면서 중소기업 아닌 중견기업으로서의 법률적 지위를 획득했다. 이 업체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331억3800만원(K-IFRS 별도 기준)으로, 이 가운데 게임이 55%, SW가 45%를 차지했다. 알집·알씨·알약 등 시리즈 ‘국민 SW’ 등극이스트소프트의 대표 SW인 ‘알툴즈 시리즈’는 이용하기 편리한 SW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 국내 PC 및 인터넷 사용에 있어 필수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알집, 알씨, 알약은 국내에서만 약 2500만명이 사용, 국민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다.올 하반기 카발2 출시에 거는 이스트소프트의 기대가 남다르다.(박스사진은 대표 백신 ‘알약’)
알집은 출시된 지 올해로 만12년이 넘었고, 2007년에 선보인 통합백신 알약은 무료백신 시대를 열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알약은 국제 인증 테스트 VB100을 2연속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을 뿐 아니라, 깐깐한 일본 시장에서도 출시 2주만에 무료 백신 1위에 올라서며 글로벌 백신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해당 SW를 실행한 사람의 수 기준, 알약은 월간 1400만, 알집/알툴바가 1200만~1300만, 알씨 800만, 알송 400만명에 달한다. 이와 함께 지난 4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마인드맵 프로그램 알마인드는 기존 유틸리티 기반의 알툴즈를 업무용 오피스웨어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이미지 뷰어 알씨, 방대한 가사 DB를 구축한 음악 플레이어 알송, 툴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꾼 알툴바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이스트소프트는 현재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체 개발 및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카발 온라인’은 이 회사의 초기작으로 2005년 출시 이후, 화려한 그래픽과 타격감을 내세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전세계 12개 파트너사에 의해 60개국에 수출돼 15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며, 누적 2600만명의 유저 수를 자랑한다.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앞줄 가운데)와 직원들의 표정이 사무실만큼이나 밝다.
나아가 이스트소프트는 스마트폰 시대, 모바일 분야 접목도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형 앱이라는 것이 두드러진다. 김 대표는 “모바일에서도 SW는 급격히 서비스화 돼 제품 설치로 끝나지 않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우리도 이런 흐름에 맞춰 서비스형 앱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모바일용 제품으로는 ▲알송 모바일(iOS, 안드로이드), 알약 안드로이드/알약 안드로이드 프리미엄/ASM 모바일(알약 중앙관리솔루션 관리자전용 앱), 알서핑(모바일브라우저. iOS, 안드로이드) 등 ‘알툴즈’ 제품과 ▲비즈하드 모바일(업무용 웹하드. iOS, 안드로이드, 윈도), 인터넷디스크 모바일(업무용 파일서버솔루션. iOS,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오피스 제품군 ▲카발 모바일(iOS, 안드로이드), SNG 모바일 게임(개발 중. 연말 출시 예정) 등 게임군이 있다.신작게임 ‘카발2’ 앞세워 美·유럽공략 본격화이스트소프트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 선봉에 선 것은 역시 게임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카발의 경우, 이미 신흥시장을 제외하고 전세계 주요시장 대부분에 진출했다. 1년에 세번 업데이트도 실시된다. 카발온라인보다 후속 ‘카발2’에 더 많은 개발비를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팔 수 있다는 자신감 외에 기존 파트너십을 통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대표의 설명이다.반면, SW 분야는 여러 번 시도에도 불구,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4년반전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일본공략도 만만치 않았다. 김 대표는 “한국 SW의 퀄리티 및 안정성에 대한 현지 신뢰 확보가 만만치 않았다”며 “그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두 달전 알약의 현지 수출을 이뤘고 꾸준히 사용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무엇보다 김 대표가 공을 들이는 시장은 미국이다. 이전 게임 진출을 위한 법인에 더해 알약과 알마인드 수출을 위한 법인 두 곳을 지난해 하반기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할 정도의 열의도 갖고 있다. 이는 당연히 미국이 가장 커다란 SW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단 자리잡을 경우, 유럽이나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여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도 했다. 김 대표는 “SW 한 제품이라도 미국에서 인정받아 자리잡는 게 창업 때부터 꿈꿔오던 일”이라고 각오를 되새겼다.한국명과 다른 SW 브랜드로 미국 공략을 시작했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무료 버전으로 시작해 현지 사용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광고 및 유료제품 전환을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현지 저변 확대를 위한 투자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개발은 국내에서, 현지 마케팅과 개발비용은 현지에 충당하는 전형적인 벤처 비즈니스 모델로 김 대표는 “연내 2개 법인 중 알마인드 쪽 투자 유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출 전략은 이스라엘 기술기업을 벤치마킹한 형태다. 스카이프(Skype)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초 개발은 이스라엘에서 이뤄졌지만, 미국 내 현지법인을 통한 마케팅과 투자유치 활동 등으로 외연을 키워 나간다. 나아가 미 현지법인이 이스라엘 본사의 지적재산권을 사와 나스닥 상장까지 이뤄내는 식이다. “국내 게임이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것과 달리, 한국산 SW의 경우 아직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기술기업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한국산 SW에 대한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겠다는 의미입니다.”또 다른 거대 잠재시장인 중국 내 SW사업은 일단 유보한 상태다. SW를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는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보호 정책과 함께 저작권 보호가 미흡한 현지 사정을 감안한 결과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여러 보완책으로 이를 막을 수 있어 카발2에 거는 김 대표의 기대가 적지 않다.내년이면 이스트소프트는 창사 20주년을 맞는다. 대학 졸업도 하기 전 “SW는 졸업이 무의미하다”며 뛰어든 사업이었고, “빌 게이츠도 했는데…”라며 덤벼든 대학생 창업이었다. 가장 큰 고비는 지난 97년말 IMF 때 찾아왔다. IT버블 붕괴도 위기였다. “돈 없는데 돈 구하기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 역시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 직원의 믿음 때문이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늘상 위기였지만, 큰 위기는 없었다”는 게 김 대표의 역설이다. 지난 20년 최대 성과로는 “좋은 사람을 많이 모아놓은 것”을 꼽았다. 지금도 김 대표는 모든 신입사원 면접을 직접 다 본다. 입사 후 몇 개월 그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체크하는 것도 김 대표의 몫이다. “사람이 20살이 되면 사회로 나가지 않습니까? 우리 회사도 이제 준비를 마치고 내년쯤 세상에 나가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한 성장을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현장에 출장을 안 가고도 비즈니스가 가능합니다. 인터넷도 좋아지고, 애플 앱스토어처럼 온라인 장터도 많이 생겨 해외진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갖춰졌습니다.”스타트업이 다시 화두가 된 시대, 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20년 선배’로서 덕담을 요청했다. “제 경험 상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쳤을 때 이게 바닥이라면 더 떨어질 데가 없다,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비즈니스가 실패한다면, 그건 아이템(사업모델)의 문제라기 보다는 창업자 자신 또는 창업멤버들의 부조화 때문입니다. 일에 대한 자신감이 훼손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김 대표는 스스로 꿈이 크고, 욕심도 많다고 말한다. “애플이나 시만텍, 어도비처럼 미국이나 유럽인들이 들으면 다 아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이룰 경우, 그는 10년 뒤 은퇴를 공언(!)했다. 19살부터 SW에 뛰어들어 21년째 한우물을 파온 김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못 이룰 ‘목표’도 아니다.이코노믹 리뷰 박영주 기자 yjpak1@<ⓒ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