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수주 코리아' 지구 리모델링 나선 토건족장

[아시아초대석] 최재덕 해외건설협회장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특유의 소탈하면서도 환한 웃음은 부쩍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지난 7일 오후, 남대문 인근 집무실에서 만난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미소 띤 얼굴로 반갑다는 느낌을 그대로 전하려는 듯 덥석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정감있게 느껴지는 손이다. 30년 이상 몸담았던 공무원 생활을 접은 지 이미 10여년. 그럼에도 최 회장은 현역시절의 부지런함을 전혀 잃어버리지 않았다. 눈코뜰새 없이 해외건설 정책과 과제를 토론하고 시장동향을 살핀다. 수시로 해외현장을 찾아 발주처와 마주하며 수주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말엔 수시로 양평의 농장으로 향한다. 아내의 손길만으로는 밭일을 다 해내기 어려워서다.  "약을 치지 않다보니 풀이 너무 많이 난다. 밭에서 풀 뽑고 있으면 동네분들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한다. '풀은 이기지 못한다'고." 그럼에도 최 회장은 약으로 풀을 다스리지 않는다. 몸을 아끼지 않고 수시로 뽑아주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몸에 밴 근면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먹거리를 해결하는 모습은, 해외건설의 그것을 쏙 빼닮았다. 최 회장은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 위상이 급상승한 이유에 대해 "발주처의 전폭적 신뢰가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악조건을 이겨내고 공사기간을 제대로 맞춘다고 했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대표되는 근면함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쌓아온 것이다. "디테일에도 강하다. 후발 외국 건설사는 공사 후 하자가 많이 발생하지만 우리 건설사들은 품질을 만족시킨다." 여러모로 해외수주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해외건설 역사를 보면 초기엔 미약했다. 현대건설이 첫 수주한 1965년 11월 태국의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는 522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제는 한 번에 100억달러 안팎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시로 수주한다. 진출분야도 지난 5년 전과 달라졌다. 토목, 건축은 물론 석유ㆍ정유화학 등 플랜트 공사로 다양해졌다. 국토해양부 시절 '주택통'답게 주택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 "이제 국내 주택시장은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미 매출비중이 10% 안팎까지 줄어들지 않았는가. 국내에서 줄어든 만큼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하면 주택에 연관된 인력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 가는 중이다. 한화그룹이 수주한 이라크 주택 10만가구 건설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라크 주택사업은 단발로 그치지 않는다. 총 200만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어서 5%만을 수주한 것이다. 추가 발주물량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더욱이 한화는 자재공장 등을 현지에 지어 조달할 예정이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협회가 이런 분야를 포함한 해외수주전에서 가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벌써 취임 100일이 지났다.▲숨 가쁘게 달려 왔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하루하루 위기인 상황이라 발주 취소나 지연과 같은 세계 건설시장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로 취임 초 마음고생을 좀 했다. 하지만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 사이도 없이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만나고 정부 부처, 주요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해외 건설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분들과 자리를 함께해야 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당면 문제와 향후 나아갈 방향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협회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데 수주 지원을 어떻게 강화해 갈 예정인지.▲그동안 정보, 금융, 인력의 경쟁력 확충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페루에 협회 지부를 추가로 열었다. 해외 유수 기관과의 건설 협력 강화에 나서고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국부펀드를 활용한 제3국 진출도 적극적으로 타진했다. 해외현장 근로자 소득세 비과세 한도 확대와 함께 해외건설 실무교육 확충 및 해외현장훈련(OJT) 지원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해외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유럽 재정위기가 심상찮다. 수주 전선에 이상이 없을지 건설사들의 관심이 비상하다.▲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도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질 경우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와 맞물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경제 상황이 세계 건설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본다. 실제로 중동 지역에서 올 초로 예상됐던 몇몇 공사의 계약과 발주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도 유럽 재정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 지역 국가들이 민심 달래기 목적의 인프라·복지 프로젝트 발주를 늘리고 있다. 리비아 재건 사업, 카타르 월드컵 개최 등 관련 프로젝트 발주도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급격한 건설경기 침체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경제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건설 발주도 줄지 않을까.▲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만 유지해도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들의 재정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발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들은 또 자국의 내수를 진작해 혹시 모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방어 체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인프라 건설을 하나의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  실제 얼마 전 계약을 체결한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여건 악화로 현재 수주가 예년에 비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올 전체로는 작년 수준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다 정확한 전망은 하반기 세계 경제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요새 '토건족'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많다.▲그 용어는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현대인은 토건을 빼면 살아갈 수 없다. 잠을 자는 집이나 퇴근길, 휴가를 떠나는 길 등은 모두 토목과 건축물이 있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분야를 두고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마저 자랑스러운 학문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면 문제가 크다. 1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 실무자로 참여한 후 2기 신도기 계획을 주도한 '건설통' 다운 대답이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무엇인 줄 아느냐"고 역으로 질문을 던진 최 회장은 우물쭈물하는 사이 "토건 기술자"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원시인 시절부터 집을 짓는 일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는 것이다. 5000억달러를 넘어 1조달러 시대를 열어젖힐 '토건족'을 향해 특유의 적극성을 보이며 절망적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최 회장은 "업계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외부에서도 제대로 평가해 주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 부장 smh@ 정리=황준호 기자 rephwang@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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