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기행] '날래날래 치시라우요~' 평양골프장

평양골프장 클럽하우스 전경.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플레이하는 행운을 얻었다.코스나 부대시설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사용하는 언어가 북한식 주체어이다보니 우리에게는 호기심과 흥미의 대상이다. 경기도우미는 우리처럼 캐디라고 부른다. 조반을 마치고 코스로 나가니 캐디가 우리에게 다가와 "오서 오시라요! 반갑습네다, 동무. 막바로 운동시작합세다"라면서 1번 타격대(티잉그라운드)로 우리를 안내한다.공알받침(티)을 놓고 긴 나무채(드라이버)로 공알(볼)을 세게 내려치니 굿 샷과 동시에 '잘 친 샷'이라며 칭찬을 해 준다. 두 번째 샷을 하려고 머뭇거리는데 캐디는 "날래날래 치시라우요'"라며 쇠채(아이언)를 갖다 주면서 재촉을 한다. 역광에 공알이 잘 안보여 똑바로 갔느냐고 물으니 "잔디구역(페어웨이)으로 잘 나갔시오"라며 안심을 시킨다. 3개 홀 연속 파를 잡자 "선상님, 골프를 아주 잘합네다"하고 다시 칭찬이다. 북한에서도 파와 버디, 더블보기, 홀인원 등의 용어는 그대로 사용한다. 대신 일본식 발음을 쓴다. 퍼터는 '빳다'로 롱홀은 '제일 긴 홀' 또는 '롱그홀'이라고 한다. 캐디들은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지만 소통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다.공알이 경계선 밖(OB)으로 나가니 "어서 하나 더 치시라우여"하면서 공알을 갖다준다. 숲속으로 들어가더니 원볼은 찾지 못하고 대신 낡은 볼(로스트볼)을 주워 왔다. 다시 친 공이 정착지(그린)에 올라가니 "좋습네다"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목이 타 "간이매대가 몇 홀째 있냐"고 하니 "찬 단물(주스)을 갖다 줄까요"하고 묻는다. 마침 다른 접대원 동무가 물과 음료수를 얼음상자에 넣어왔다. 7번째 타격대에서 공알을 치니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다. 캐디가 "공중볼입네다" 하며 앞으로 걸어간다. 정착지에서 오르막퍼팅이라 퍼터로 캬부(컵)에 좀 세게 치니 뒷벽을 때리면서 위로 치솟다 들어간다. 이런 퍼트를 몇 개 하고 나니 필자더러 '꽂아넣기 전문'이란다. 모래웅덩이(벙커)나 물 방해물(워터해저드)이 처음에는 있었으나 관리가 어려워 모두 없애버렸다고 한다. 숲속으로 공알이 들어가면 러프가 길어 찾을 수가 없자 "벌타 하나 먹고 다시 치라"고 알려 준다. 티 샷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어왔다. 캐디는 "'갑작바람'이 부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말린다. 꼬부랑국수(라면)를 간식으로 먹어보려 했으나 없었다. 북한말은 우리에게 옛 것을 생각나게 해주는 용어들이 많다. 고유성을 지키면서 외래어를 생활용어로 만든 것을 보면서 외래어 일색인 남한보다 오히려 나은 면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골프장 스코어카드, 골프장을 영문 'golfjang'으로 기재하고 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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