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 이후 혁신비대위와 민주노총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석기(왼쪽) 당선자와 김재연 당선자.
이 같은 그들의 태도에 대해 주변 관계자들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설명한다.구당권파를 포함한 NL(National Liberation·민족해방) 조직은 2001년 충북 괴산군 군자산에서 전국회의를 열고 '9월 테제(강령)'를 채택했다. 이른바 '군자산의 약속'으로 불리는 9월 테제는 3년 내에 민족민주정당을 건설하고 10년 내에 자주적 민주정부 및 연방통일조국을 건설한다는 게 핵심이다.구당권파는 이 목표를 차근차근 실천해왔다. 2002년부터 민주노동당에 대거 입당해 창당세력인 PD(People Democracy·민중민주) 세력을 점차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자기편 당원 수백 명을 위장전입시켜 접수해나갔다. 당비 대납과 부정선거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권을 장악한 이들은 점차 종북(從北) 색채를 더해갔다.2010년 지방선거부터는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연합정부 건설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군자산의 약속에서 언급한 자주적 민주정부 건설은 곧 민주당과의 연합정부 구성을 의미했다. 201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정부 조직 일부를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다.이들의 목표는 점차 현실화됐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PD 세력의 노회찬·심상정, 개혁 세력의 유시민같은 대중정치인의 부재였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경기동부연합을 포함한 구당권파가 금배지에 집착하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라고 지적한다.경기동부연합은 유독 국회의원 선거와 거리가 멀었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8번까지 당선시켰다. 비례대표 9번 후보가 경기동부 세력으로 분류됐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당시 당내 입지가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2006년부터 당권을 장악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은 2008년 총선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문제는 2007년 대선 이후 노회찬·심상정 등 PD 세력의 불만이 폭발하며 집단 탈당한 것. 이들은 종북 색채와 패권주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18대 총선에서 구당권파 소속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대신 이정희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시켰지만 조직을 위해 희생시켰다.4·11 총선에서 구당권파는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던 국회의원 금배지를 얻게 됐다. 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와 합당에 성공한 이들은 경쟁을 통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과정에서 부정경선이 이뤄졌다.그들은 목표를 달성했다. 두 당선자는 국민적 비난 여론과 당내 출당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는 30일 국회의원 신분을 얻게 된다.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버티기' 전술을 택한 구당권파를 향해 "국회의원 금배지를 얻었지만 미래를 잃었다"고 비판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