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파 장관들이 정권 말기 변화의 시기에 눈치 안 보고 뚝심 있게 일하고 있다는 어제 본지 보도(1ㆍ4ㆍ5면)는 모처럼 반가운 뉴스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둘 다 공평과세와 관련된 것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중견기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시간 근로 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자의 삶의 질도 높이자고 한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고속철도(KTX) 운영 경쟁체제 도입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개혁법 처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모두 민감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 사안이다. 어느새 관료사회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복지부동이 아니라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풀어 나가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먼저 박수를 보낸다. 장관들이 이렇게 앞장서 열심히 하면 공직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산적한 현안을 제쳐두고 이들 문제에 올인해서는 곤란하다. 소신으로 비치는 일에 집착하다 더 크고 중요한 과제를 놓칠 수 있다. 시대정신과 국제사회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미래 한국의 모습을 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경제민주화 요구 등에 대한 해답을 요구한다. 정부가 열심히 한다고, 장관이 앞장선다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장관들이 제기한 문제 대부분이 법 개정 사안이라 곧 개원할 19대 국회의 동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장관들의 '마이 웨이'가 독선과 공명심으로 흘러선 안 되는 이유다. 반대하거나 의아심을 가진 이들과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정부 원안만 고집하지 말고 최선의 합의점을 찾는 지혜도 필요하다. 경제정책은 선택이다. 혜택을 보는 곳이 있는 반면 불이익을 당하는 데도 있다. 여러 계층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합리적인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국무위원인 장관의 책무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할수록 정치 상황은 복잡다단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럴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그 한가운데에 장관이 있어야 한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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