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레몬'이 쏟아진다

(사진: 서울 홍대 주차장골목 인근의 한 레모네이드 노점)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상큼한 레몬색이 왠지 끌리던데요. 즉석에서 직접 짜 만들어주니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요."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의 손에 들린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눈에 익은 풍경이었다면 요즘은 얘기가 다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그래서 유행에 민감하다는 홍대와 명동에는 그야말로 '레모네이드(lemonade) 전쟁'이 시작됐다. 탄산수에 과일즙을 넣어 만든 '에이드' 음료는 국내 대부분의 카페나 커피전문점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하지만 지난달 초 홍대 인근의 한 커피숍이 레몬이 담긴 상자를 진열해 놓고 레몬에이드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인근에 비슷한 간이판매대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레몬에이드를 판매하는 가판과 노점상이 인근에만 10여곳으로 늘어 났고, 지난주에는 명동 거리에도 레몬에이드 가판이 4곳 이상 생겼다홍대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서연서(31)씨는 "지난 달부터 가게 문앞에 진열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레몬에이드를 팔고 있는데 많게는 하루 1200잔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인근에 또다른 음식점 역시 건물 입구에 레모네이드 가판을 열고 즉석 판매를 시작했다. 식당의 주 메뉴는 레몬과 전혀 상관 없는 닭고기 요리이지만 길거리를 지나가는 손님들을 상대로 한 레모네이드 매출도 짭짤하다. 이곳의 아르바이트생 박모(22) 씨는 "사장님이 레몬이 인기라는 말에 최근 레모네이드 판매 코너를 마련했다"면서 "주로 여성들이 찾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대에서 수년째 케밥(터키요리)을 팔아오던 루루자마리(37·인도인)씨 역시 최근 진열장 하나를 구입해 레몬즙 짜는기구, 탄산수(사이다), 시럽 등을 갖춰 놓고 레모네이드를 팔기 시작했다. 그는 "밤에는 케밥을 팔고 낮에는 레모네이드를 팔고 있다"며 "이윤이 많이 남는 건 아니지만 하루 100~200잔씩 꾸준히 팔고 있다"고 전했다.가판들마다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레몬 하나를 통째로 갈라 즙을 짜 넣고 탄산수와 시럽을 섞는 방식인데, 시럽과 탄산수의 종류, 얼음의 유무와 레몬 보관법, 포장용기 등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가격은 2500원으로 동일했다. 일반 슈퍼마켓에서 레몬 3개짜리 한 봉지 가격은 2000원 선. 인건비와 재료비(레몬하나와 기타 재료) 등을 제한 뒤 최소 한잔당 1000원의 이윤을 가정한다 해도 순이익을 하루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홍대의 한 상점의 경우 레모네이드 한 잔에 레몬을 2개 넣는 대신 가격을 5000원으로 높여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불과 며칠 전 명동에서 레모네이드 노점상을 시작한 김영수(33) 씨는 "태국 여행 중 아이디어를 얻어서 장사를 시작했다"며 "하루 1000잔 이상은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와 불과 30m 거리에서 레모네이드 가판을 연 한 중년 여성은 "홍대에서 보고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에 가판을 열었다"고 털어놨다.

(사진: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레모네이드 가판)

이처럼 레모네이드가 불티나게 팔리는데는 '신선하고 건강한 음료'라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레몬 다이어트' 열풍이 일 정도로 여성들 사이에서 레몬의 인기가 높아진데다 싱그러운 노란색을 띄는 레몬을 주문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즙을 짜 만들어 주는 과정이 시각적으로도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홍대 거리에서 만난 임모(20)씨는 "이곳을 지나칠 때는 레모네이드 한 잔은 꼭 사먹는다"면서 "커피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몸에 이로울 거 같다는 생각에 지갑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조모(25) 씨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서 먹길래 호기심에 사먹어 봤는데 맛 자체는 사실 평범한 편"이라며 "특별히 인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시원하게, 남들이 많이 먹으니까 따라서 마시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레모네이드 가판이 반갑지 않을 인근 커피전문점 사장들의 시각은 어떨까? 레모네이드 노점이 집중적으로 몰린 홍대 주차장골목 인근의 한 커피숍 사장은 "커피는 아무래도 사계절 상품이고 레모네이드는 한철 상품 아니겠냐"면서 "여름철 아이스커피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어서 신경이 안쓰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가을쯤 가봐야 이(레모네이드) 시장이 얼마나 정착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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