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한국국채 매입, 적정선 지켜야

일본 정부가 조만간 한국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한국 국채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두 나라 정부가 지난 주말 밝혔다. 이미 관련 협의를 진행해 온 두 나라 정부 당국자들이 다음 달 3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아세안(ASEAN)+3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따로 만나 매입의 규모, 시기, 방식 등 구체적 사항을 타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채는 채권시장에서 살 수 있으므로 굳이 매입자가 발행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한국 국채 매입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에 허락을 구하면서 조건에 관한 사전 협의에 응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 차원의 그러한 거래가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파장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잖아도 국채를 포함한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최근 급증하면서 정부가 금리체계 왜곡을 비롯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면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게 된다. 이는 한ㆍ중ㆍ일 세 나라 사이의 국채 교차보유 관계를 완성시키는 의미가 있다. 이미 한국과 중국은 국채를 교차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세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사시 상호지원을 위한 통화 맞교환(스와프) 협약을 맺었다. 이런 통화협력에 완전한 국채 교차보유 관계까지 더해지면 금융시장 측면에서 세 나라 사이의 상호 의존ㆍ협력 관계가 그만큼 강화된다. 미국과 유럽의 세계경제 주도력이 약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동아시아 세 나라 사이에 역내 상호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다만 정부가 우려하는 대로 일본 정부의 한국 국채 매입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의 의도는 외환보유액 자산 구성 다변화와 엔화 강세 억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엔화 강세 억제는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불러와 우리나라 수출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매입이 일시에 집중되거나 그 규모가 너무 크면 국내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은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에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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