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노스페이스 공방 진실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박소연 기자]'문건'인가, '사실'인가. 공정거래위원회와 노스페이스측이 '문건'과 '관련 사실'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노스페이스측이 대리점의 할인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계약서 등을 근거로 사상최대 규모인 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노스페이스측은 "공문은 대리점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 만든 가이드라인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측은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리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공방이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노스페이스, 대리점 할인판매 막았나? = 노스페이스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가진 골드윈코리아는 직영점 2개와 백화점 위탁판매 83개, 전국 151개 대리점을 통해 노스페이스 상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대리점은 골드윈코리아 본사로부터 상품을 직접 구입해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한다. 공정위는 골드윈코리아가 대리점의 할인판매를 원칙적으로 봉쇄했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1997년 11월부터 체결한 본사와 대리점간 '판매특약점 계약서'다. 골드윈코리아가 계약서에 대리점의 할인판매를 제약하고 위반하면 제재하는 조항을 담았다는 것이다. 계약서 '제7조'에는 "상품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준수해야 한다"고 적시했고, '제15조'에는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갑은 을에 대한 상품 출고를 중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정위는 또 골드윈코리아 본사가 대리점에 할인판매를 이유로 계약종료를 통보하는 문건을 제시했다. 20%의 할인 행사를 한 대리점이 사과문과 함께 "다시는 10% 이하로 할인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각서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골드윈코리아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리점에서 모두 260만여 건의 할인행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문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직권조사하면서 본사 사무실에서 가져간 자료 중에 포함됐다"며 "대부분 발송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골드윈코리아 관계자는 또한 "지금까지 할인행사로 계약해지를 받은 전문점(대리점)은 한 곳도 없다"며 "(할인판매를 제약하는)확인서를 보낸 적은 있지만 점주들의 영업을 보장하는 역할이 필요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점문점에서 가격을 내리면 같은 상권의 다른 점주들의 컴플레인이 심하다"면서 "(할인판매 금지에 대한)강제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과징금 기준 어느 쪽이 맞나 = 과징금 산정 기준도 쟁점이다. 골드윈코리아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책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공정위가 부과한 52억원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부과한 과징금 중 가장 많다. 과징금 기준과 관련,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두 가지다. 골드윈코리아는 공정위가 노스페이스의 시장점유율을 30%로 책정한 데 대해 반발한다. 공정위가 백화점에 입점한 6개 아웃도어 브랜드만을 놓고 노스페이스 시장점유율을 계산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골드윈코리아 관계자는 "'고급아웃도어'라는 시장 기준이 모호하다"며 "전체 아웃도어 60여개사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15%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공정위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백화점에 입주한 아웃도어 업체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의식하지 저가의 상품은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골드윈코리아는 시장점유율 15%라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시장점유율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공정위가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기준선이 20%이기 때문이다. 과징금 산정 기간도 엇갈린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매출의 1%가 상한선인데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 기간이 길수록 과징금이 많이 부과되는 만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 공정위는 노스페이스가 처음으로 한국에 판매를 시작한 1997년부터 본사의 대리점에 대한 할인판매 봉쇄 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1997년 11월에 작성된 계약서에 판매가격 준수의무를 명시했고, 불이행시 출고정지와 계약해지 등 제재조항을 규정했다는 근거를 댄다. 그러나 골드윈코리아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영향력과 점유율이 미미했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과징금 부과기간으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표적 수사인가? = 골드윈코리아는 공정위가 노스페이스를 상대로 한 표적조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노스페이스는 값비싼 가격으로 학부모의 등골을 뽑는다는 의미로 '등골 브래이커'라고 불렸다. 그러자 공정위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값비싼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노스페이스와 코오롱, K2 등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성과가 없자 노스페이스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게 골드윈코리아의 주장이다. 그러나 신 국장은 "대리점들은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는데 본사의 승인을 받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 조사가 들어간 지난 1월 대리점 계약서를 바꾼 것은 골드윈코리아가 가격 강제한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에 가격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위와 소비자단체가 정확한 문제점 지적이나 가이드를 제시해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지연진 기자 gyj@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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