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민주통합당 대권주자들의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총선 패배로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가 각각 5월 4일과 6월 9일로 잡혔다. 또 5월 23일에 열릴 예정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가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헌ㆍ당규에 규정된 6월 대선후보 경선은 늦춰질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대선 일정은 앞당겨진 셈이다.
당 주류 자리를 회복한 친노(親盧, 친노무현)진영에서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 상임고문은 24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문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모 행사가 열리는 5월 23일 이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공식화했다. 문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5월 23일은 저희로서는 일종의 3년상을 탈상하는 것"이라며 "그때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하면서 저에 대한 기대와 지지까지 무겁게 받아들여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 고문은 "저희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성취와 실패라는 경험이 있다"며 "(집권하면) 참여정부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도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5월 말부터 '북콘서트'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지사와 가까운 한 야권인사는 "북콘서트는 5월 26일 창원을 시작으로 6월 2일 광주광역시, 6월 15일 서울 등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배경인 경남을 시작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거쳐 수도권까지 바람을 몰아 사실상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손학규 상임고문은 비노(非盧, 비노무현) 진영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손 고문은 여의도에 사실상 대선캠프 격의 사무실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유럽 5개국 방문에 나선 손 고문은 귀국 직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손 고문은 지난 17일 호남세력을 대표하는 박지원 최고위원과 오찬을 갖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총선 이후 낙선인사를 하며 '잠행 모드'에 들어간 정동영 상임고문도 소리나지 않게 대권 플랜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7일 안철수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과 회동해 다양한 추측을 낳았던 정 고문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사태 때 '희망버스'를 적극 지지했던 것처럼 '진보적 민생행보'를 유지하며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상임고문도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를 확대 개편하는 등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태세다. 당내 일각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서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지만 정 고문 측은 25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당권 도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범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조기에 결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조기 등판할 경우 여야의 흠집내기 공격이 가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서울대 강의가 끝나는 6월 이후에 안 원장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7월쯤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종일 기자 livew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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