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이른 봄 산수유보다 한 뼘 먼저 꽃을 피운다/산수유보다 한 움큼 더 꽃피운다/지나가던 바람이 내 가슴을 문지른다/화근내 진동을 한다/지난 겨울 아궁이보다 한 겹 더 어두운/아니 한 길 더 깊은 그을음 냄새가 난다■ 섣불리 우리나라의 시는 말야, 하고 건방 떨었던 술자리의 내 불콰한 어리석음을 생각한다. 지난 봄 저 생강나무가 눈부시도록 예뻐서 시를 써보겠다고 끙끙댔던 날을 기억한다. 캄캄한 숲에서 마치 바늘처럼 반짝거렸던 목숨의 광휘. 그 샛노란 것이 나비를 부르기 위한 필사의 교태임을, 다른 화려한 것들 나타나기 전에 좀 춥더라도 먼저 손님을 끌어보자는 애틋한 춘정임을, 알기야 했지만 그게 저토록 두터운 시가 되기엔 내 생각이 짧았다. 생강냄새를 '화근내(火根냄새? 모르겠다. 불꽃이 식어가면서 뿜는 매캐한 냄새일까) 진동을 하는' 냄새로 번역하는 건, 저 꽃의 추웠던 내력, 어두웠던 아궁이 속을 기억하는 상상력이다. 칠흑같은 그 어둠은 불이 만든 것이고 다시 불을 만들 것이었다. 생강나무의 여름 가을 겨울을 생각하지 않는 자는 생강나무의 톡 쏘는 샛노랑을 얘기하지 말라.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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