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나 몇 살처럼 보여?" 고객들께 거의 매일 듣는 질문입니다. 대부분 모자를 쓰고 계시고, 또 요즘은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고객들이 많아 사실 쉽게 나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한 5, 6년 팍 깎아 말씀드리면 "역시 언니는 보는 눈이 있어"하시며 기분이 업 되신 고객들과 남은 홀들을 즐겁게 마칩니다.얼마 전 만난 고객께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컬러의 골프웨어에, 게다가 웨이브 파머까지 해서 정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유행어를 가르쳐 주실 정도여서 고객의 질문에 "30대 후반이요"라고 대답했죠. 당연히 아주 심하게 좋아하시더라구요. 동반하신 분과 외모는 비슷해 보였지만 실상은 본인이 9살이나 많다고 하시면서 후배에게 "너도 앞으로 파머도 좀 하고, 주황색 바지를 입어"라고 주문합니다.그리고는 또 질문입니다. "언니, 내가 왜 어려보이는 것 같아?" 다시 생각해 보니 옷과 머리스타일 보다는 통통한 몸매도 그렇고 탱탱한 볼 살에 주름이 없는 것 같아 "고객님 얼굴에 콜라겐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라고 대답합니다. 고객께서는 그러나 "하하" 웃으며 "그렇지, 내가 얼굴에 주름이 없기는 해"라며 다시 만족하십니다.그러나 옆에서 대화를 듣고 계시던 다른 고객의 말씀에 우리 모두 "빵" 터져버렸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야, 한마디로 네 얼굴 돼지 껍데기 같다는 이야기자나. 뭘 그렇게 좋아해." 아무렴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겠습니까. 하지만 너무 웃겨서 죄송할 겨를도 없이 폭소가 터졌습니다. 그때 빠져버린 배꼽이 아직도 코스 어딘가에 있답니다. "고객님, 콜라겐 이야기는 괜히 꺼내서 죄송해요." 하루 종일 웃다가 끝나버린 그날 라운드, 헤어짐이 너무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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