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감시한 임박한 세계은행 후보 추대 난항
신흥국에 국제금융공사 총재직 보장 전망 제기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세계은행(WB) 총재 후보 추천 마감시한을 불과 닷새 남겨놓은 상황에서 미국이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 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전통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럽에서 선출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최근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국가들은 최근 경제적 위상이 커진 것을 반영해 차기 세계은행 총재는 신흥시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세계은행 차기 총재 후보를 선뜻 내놓지 못 하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가 후보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백악관과 재무부가 세계은행 총재 후임과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또 시간이 지연되면서 미국에서 의외의 인물이 후보로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다른 국가에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신흥시장 국가들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결과가 이미 정해진듯한 세계은행 총재 후보를 내놓는 것도 고민거리다. 결국 관례대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후보를 내놓기도 난처하다는 것. 신흥시장 국가들은 지난해 IMF 총재를 이젠 신흥시장 국가에서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선출됐다. 관례대로 유럽에서 IMF 총재를 맡은 것.미국과 신흥시장 국가 양 측이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있는 가운데 빅딜 설도 제기되고 있다. 차기 세계은행 총재도 미국에서 맡는 대신 신흥시장 국가들이 국제금융공사(IFC·International Finance Corp) 총재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IFC 총재 자리는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맡아왔으며 현 총재인 스웨덴 출신 라르스 투넬의 임기는 로버트 졸릭 현 세계은행 총재와 마찬가지로 오는 6월 만료된다.미 행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여성을 후보로 추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하는 방안 중 하나로 사상 첫 여성 세계은행 총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IMF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재를 맞이했다. 때문에 유엔 주재 미 대사인 수잔 라이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정작 라이스가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원하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지난주 라이스는 세계은행 총재가 된다면 남수단을 어떻게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터무니없는 가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라이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후임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한때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됐으나 그는 세계은행 총재를 맡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대선 후보로 나섰던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과 펩시코의 최고경영자 인드라 누이도 후보에 거론됐으나 케리는 공개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누이도 후보직에 더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또 다른 후보 중 한 명인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차기 총재직 도전 의사를 밝힌 사람은 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57) 컬럼비아대 교수가 유일하다. 미 국회의원 27명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삭스를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추천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칠레, 과테말라, 말레이시아, 부탄, 케냐, 요르단, 동티모르 등 일부 개발도상국들도 삭스에 대한 공개 지지를 밝혔다. 하지만 삭스 교수는 정작 자신이 오바마 행정부의 지지를 받지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흥국들이 자체 후보로 옹립하려는 인사로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인 은고지 오콘조 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세계은행 집행이사와 트레버 마누엘 남아공 국가기획장관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을 지냈고 현재 세계은행 집행이사로 있는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인 아구스틴 카르스텐스도 한때 거론됐으나 본인이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세계은행은 오는 23일까지 차기 총재 후보 추천을 받을 예정이며 이후 한 달 이내에 총재를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 총재는 내달 4월 세계은행ㆍ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병희 기자 nut@ⓒ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