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되새긴 강신호 회장의 초심(初心)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무언가 배울 수 있다면 그곳이 꼭 선진국일 이유는 없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뜻 깊은 교훈을 얻었다. 어찌 보면 경영의 기본이다. 조금 앞서간다는 자신감에 '초심(初心)'을 놓치고 있다는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강신호 회장은 최근 캄보디아 출장을 다녀온 후 "캄보디아 사례를 연구해 우리가 배울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동아제약은 2010년부터 캄보디아에 박카스를 수출해왔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팔린 박카스는 총 1900만 캔이다. 단일 국가로서는 최대 수출량이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최근 캄보디아를 찾아 현지 박카스 판매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작은'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자 강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격한 것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일에 대한 열정'이었다.현지 유통을 맡은 캠골드사사(社) 속 삼낭 사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은 이름도 생소한 '박카스'를 알리기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녔다. 캄보디아 최초로 음료수 옥외광고를 시도했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캄보디아는 우리의 1960년대와 사회 분위기가 비슷한데 산업화 초기 샐러리맨의 피로회복을 컨셉으로 잡은 것이 매출 상승에 주효했다.삼낭 사장의 과감한 도전과 열정에 판매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박카스는 시장 1위이던 '레드불'을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강 회장은 삼낭 사장에게 공로상을 전달하며 "미치지 않고서는 이렇게 팔 수 없다. 그 열정에 감복했다. 우리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반을 마련해줘 고맙다"고 격려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강 회장은 기회만 되면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미쳐라. 그것이 정답이다."

캄보디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박카스

동아제약 직원들은 강 회장이 삼낭 사장에게서 수십년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별다른 기술력 없이 기초 의약품 생산에 급급하던 시기,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강 회장은 특유의 저돌성과 빠른 판단력으로 박카스를 국민 드링크로 만들었다.그리고 동아제약을 확고한 업계 1위 회사로 올려놨다. 신약개발에도 성공했고 글로벌 제약사 문턱까지 도달했다. 그러는 동안 강 회장의 눈앞에는 항상 '따라 잡아야 할' 미국과 일본, 유럽이 있었다.동아제약 관계자는 "강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초심'으로 가졌던 '일에 대한 열정, 아무리 힘들어도 내 일은 반드시 내가 한다'는 좌우명을 다시 떠올린 것 같다"며 "앞만 보고 달리다가 자칫 기본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최근 들어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올 해로 84세인 강 회장은 경영자로서 자신의 마지막 소임을 '글로벌 도약 기반 마련'으로 잡은 듯하다. 지난해부터 부쩍 해외 출장이 잦아졌다. 터키ㆍ말레이지아ㆍ중국ㆍ일본ㆍ캄보디아 등 현장을 누비며,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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