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최근 추효현 금융감독원 노조위원장이 여의도 청사를 삼보일배로 돌기 시작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추 위원장의 주장이 삼보일배의 본래 의미와 다르기 때문이다. 삼보일배는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불교식 수행법이다.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 등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삼보일배에는 욕심과 주장이 담겨 있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간 해묵은 논쟁거리인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삼보일배인 탓이다. 실제로 금감원 제7대 노조는 최근 출범식을 가진 이후 건물 로비에 "모피아가 장악한 전근대적 금융감독체계 재편하라", "금융감독 독립,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2종의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런 주장은 전혀 새롭지 않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부문은 기획재정부로 돌려보내고 나머지 파트와 금감원 조직을 통합해 한국은행과 같은 공적 민간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미 선임 노조위원장들도 여러 차례 강조한 내용이다. 추 위원장은 오는 8월까지 청사 주변뿐만 아니라 권혁세 원장 집무실이 있는 10층에서도 삼보일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태세다. 권 원장에게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 달라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기 보다는 자기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공감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반성 보다는 조직 이기주의가 더 큰 탓에 내부에서도 큰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한 술 더 떠 대선후보 캠프에서 공약이 만들어지기 전에 금감원 의견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7월까지 분명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거론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일부 업체로 시장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위에서 아래까지 시장 참여자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추 위원장이 번지수를 잘못 잡았다고 판단되는 이유다.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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