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 '금융권의 삼성전자 되겠다'

민영화 4년 준비기간 끝, 힘찬 출발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산은금융지주가 4년여의 준비기간을 끝내고 민영화 행보에 닻을 올렸다. 산은금융은 지난 5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삼성증권ㆍ골드만삭스 등 7개 회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에 착수했다. 산은금융은 주관사와 함께 시장 여건을 살펴보고 대주주인 기획재정부, 정책금융공사와 논의해 오는 10월까지 정부 보유 지분의 10~30%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지난 2010년 감사보고서에 산정한 장부가(15조5048억원)를 기준으로 하면 산은금융의 시가총액은 총 17조1000억원으로, 지분매각 규모는 적어도 1조7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수신기반 넓히며 민영화 준비 = IPO의 성공 못지 않게 시장에서 제 값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산은금융의 인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업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산은금융 계열사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은행은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특화돼 수신기반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산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점포 금융인 'KDB다이렉트',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한 예금상품 등으로 수신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2009년 13%에 불과했던 예수금 비중은 2010년 19.5%, 지난해 9월말 23.5%로 확대됐다.  특히 산은의 수신고 급증을 이끌고 있는 것은 KDB다이렉트다. 지점이 적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고객에게 찾아가 예금통장을 만들고 대출까지 해 주는 신개념 상품이다.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후 연말까지 3개월간 2700억원의 수신고가 몰렸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일까지 3500억원이 몰리며 누적 수신고가 6200억원을 넘어섰다.  서성호 산업은행 개인금융팀장은 "입소문을 타고 예금 증가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6월말 전에 누적 1조원을 달성, 산은의 취약한 개인금융 기반을 보강할 수 있는 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KDB다이렉트 누적 목표를 1조3000억원으로 정했는데, 이 추세로는 2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고 덧붙였다.  ◇'개척자 정신'으로 실물경제 지원 = 산은금융은 민영화 추진을 통해 '글로벌 개척은행(파이오니어 뱅크)'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정책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실물지원에 힘쓰는 한편 사모펀드(PEF)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 KDB대우증권 등 자회사의 자본시장 역량을 결합해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 아시아 3위 규모인 반면 글로벌 50위내에 드는 국내 금융기관이 없어 원전, 고속철, 플랜트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에 따라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금융기관 대신 산은금융이 우리 기업들에 대한 실물지원에 나서겠다는 것.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데 금융산업은 이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며 "우리 금융산업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산은을 민영화해 대형 프로젝트 등 실물경제를 지원토록 하면 우리나라 금융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민영화의 의미를 평가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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