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개인용 컴퓨터(PC)가 몰락하는 것일까? 세계 PC제조업체 1위인 휴렛팩커드(HP)와 3위 업체인 델(Dell)이 최근 지난해 4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델은 2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9억2700만달러보다 18% 줄어들어 7억6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 역시 48센트에서 43센트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주당 순이익 52센트를 예상했던 월가의 전망치보다도 못한 것이다.HP는 한층 더 심각하다. HP는 22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년전에 기록했던 26억1000만 달러에 비해 44%가 줄어든 것이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323억달러에 비해 7% 줄어들어 300억 달러를 기록했다.양사 모두 실적 부진의 원인을 PC 시장에 불어 닥친 매출부진에서 찾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타이의 대홍수로 인한 하드디스크 공급 부족 문제가 PC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경제적 불확실성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IT 시장 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IDC의 밥 오도엘 연구원은 HP와 델 모두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을 보이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월가의 전망은 오도넬 연구원의 희망섞인 전망과는 달리 엇갈리고 있는 편이다. 양사 모두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월가의 상이한 실적전망은 대부분 HP와 델의 사업영역 다각화의 성패에 대한 견해차이에서 비롯됐다. 월가는 HP와 델 모두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는 PC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보다 하이엔드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업영역 다각화의 성패 및 소요 시간을 둘러싸고 입장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실적 전망을 달리 보고 있다.흥미로운 점은 레노버의 경우 지난해 9월~12월로 끝나는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4%늘어났다는 점이다. 같은 PC 업계 제조업체들 간에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PC시장의 침체가 일시적인 경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최근의 PC부진에는 윈도8 출시를 기다리면서 PC구매를 연기하는 소비층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시장에는 PC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적을 발표한 HP와 델 역시 PC의 판매 부진의 주요한 원인으로 스마트폰과 테블릿PC를 꼽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의 조사에서도 스마트폰의 생산량이 PC의 생산량을 넘어섰다는 보고서가 앞서 나왔으며, 아이패드 역시 지난분기 1540만대 생산되어 HP(1510만대), 레노버(1300만대), 델(1190만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이 때문에 레노버는 실적 발표 당시 애플과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테블릿PC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단 기존의 PC제조 업체는 3가지 선택 사항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치열한 경쟁 상황에 내몰린 PC시장에서 살아남는 것과,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서버 장비 등 보다 고부가가치 분야로 업종을 다각화하는 것 그리고 PC를 밀어내고 있는 스마트폰 및 테블릿PC 사업에 새로이 끼어드는 것이다.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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