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도시인들 주말 ‘시골여행’ 새바람
ⓒ연합
지난 20~30년간 경제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던 탓일까. 남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서로를 밀치고 뛰어가고 남들보다 많이 벌기 위해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 속도 경쟁에 지친 중국인들이 느리게 사는 삶, 자연과 친화해서 사는 삶에 관심을 갖고 있다. 1인당 경제소득이 일정수준 성장한 이후 선진국에 진입할 무렵 나타나던 현상이 중국에서 이미 눈에 띄게 목격되고 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간극이 큰 탓에 웬만한 선진국 못지 않은 소득을 자랑하는 중국의 고소득층에서는 느리게 사는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추구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 한국에서도 수년전부터 관심을 끌고 있는 슬로 라이프 스타일은 패스트 푸드와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바쁜 삶을 버리고 직접 채소 등 먹거리를 재배해 먹을 뿐 아니라 자기중심으로 삶을 재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심각한 교통 체증과 주말도 없는 근무시간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 중국인들 특히 도시인들의 바쁜 삶은 휴일이나 주말말 되면 앞다퉈 한적한 곳으로 몰려가는 새로운 여행 행태를 탄생시켰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나 미국 뉴욕과 같은 대도시로 가는 럭셔리한 여행을 꿈꾸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중국인들이 짧은 휴가를 위해서 도시를 떠나 ‘시골’로 여행을 가고 있다.중국의 4대 여름 휴가지의 하나로 꼽히는 모간산에도 이런 도시탈출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숙소가 자리잡고 있다. 저장성 후저우시 더칭현에 위치한 모간산은 20세기 초반 중국에 머물던 외국인들이 여름 별장을 지으면서 휴양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날씨와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인해 국민당시절 장제스의 별장도 이곳에 있었고 마오쩌둥도 종종 머물렀다고 전해진다.항저우시 인근에 있지만 실제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약 200km 떨어진 상하이에서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더칭현의 팡팡 부현장은 “모간산을 친환경 중심의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지나치게 전기를 사용하는 등의 숙박시설은 설치되지 못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친환경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웰빙 리조트 네이키드 스테이블을 만든 그랜트 호스필드는 “각 호텔 건물을 만드는 재료는 모두 기존건축 현장에서 나온 것을 재활용해 짓고, 변기의 물은 목욕물 등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리조트에서는 일반 승용차 대신 전기카트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투숙객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리조트 내의 차밭에서 녹차를 직접 따서 볶아 차를 마시거나 리조트에서 보호하는 학대받거나 버려졌던 말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의 친환경 활동이 대부분이다. 각 방에는 TV가 비치돼있지만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현대문명보다는 최대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투숙객의 80%는 도시생활에 지친 상하이 거주자들이라고 리조트측은 밝혔다.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슬로 시티’로 지정된 중국의 첫 시골마을도 슬로 라이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슬로 시티를 선정하는 국제단체인 치타슬로우 인터내셔널(Cittaslow International)은 중국 장수성의 야시마을을 슬로 시티로 지정했다. 전 세계 130여 곳의 슬로 시티 중 야시 마을은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선정된 곳이다. 차밭과 과수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는 거의 보기 힘든 야시마을과 같은 곳은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만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 장칭추안은 난징에서의 직장을 그만두고 이곳으로 들어와 과수원을 가꾸고 있다. 마을에서 나고 자랐지만 직장을 찾아서 대도시로 나갔던 젊은이들도 도시 생활에 지쳐 돌아오고 있다. 이 마을의 현재 유일한 고민은 점점 증가하는 관광객들로 인해서 마을이 슬로 시티만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대규모 버스 관광단 보다는 소규모의 관광객이 고르게 찾기를 바라지만 이를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아시아 로하스 재단이 중국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20%의 중산층이 지금보다 조금 느슨하고 천천히 사는 슬로 라이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하스재단측에 따르면 많은 중국인들이 좀 덜 바쁜 삶을 추구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관련된 프로그램도 적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글로벌 보험사 도약 ‘차이나 라이프’차이나라이프(China Life - 中國人壽)는 중국 최대의 보험사로 지난해 9월말 현재 총 자산이 1조5220억 위안(한화기준 282조원)으로 중국 보험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생명보험과 단체보험, 사고보험, 연금보험 등을 주로 취급하는 차이나라이프(중궈런서우)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제외한 중국내 모든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차이나라이프의 전신인 정부 소유의 인민보험회사가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누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1949년에 설립된 중국인민보험회사와 1996년에 설립된 중바오생명보험유한회사 및 1999년 설립된 중궈런서우보험회사가 현재의 차이나라이프로 변신했다. 차이나라이프는 2003년 홍콩과 뉴욕의 증권시장에 상장되면서 그 해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어 2007년 1월에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A증시에 상장함으로써 주요시장에 모두 상장되는 위상을 갖추게 됐다.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던 차이나라이프는 세계 글로벌100대 브랜드에서도 30위권에 진입하는 등 국제적 보험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국 한상오 기자 hanso110@ⓒ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