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호, ‘암바왕’ 윤동식 만나 지옥 경험한 이유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10kg 이상을 감량하겠다.”이대호(오릭스)나 최준석(두산)의 각오가 아니다. 주인공은 NC 새내기 노성호. 지난달 18일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떠나며 방심했던 자신을 다잡기로 했다. 신인 지명선수 환영식이 열렸던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체중은 89kg이었다. 수치는 한순간 102kg까지 늘어났다. 왼 어깨 근육통 등으로 마운드를 잠시 멀리하며 이상적인 체형을 잃어버렸다. 현재 체중은 100kg을 조금 넘지 않는다. 투수에게 몸무게 관리는 중요한 문제다. 근력운동 없이 늘어나는 체중은 근육 탄력의 감소로 부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구력 감소로 많은 투구 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둔해지는 움직임은 덤이다. 노성호는 이 같은 위험요소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인터뷰에서 “몸이 이전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조금만 운동해도 피곤이 밀려온다”라고 밝혔다. 고민을 거듭하던 노성호는 이내 결단을 내렸다. 지인의 소개를 받고 유도 국가대표 출신 이종격투기 선수 윤동식을 찾아갔다. 서울 강남에서 스포츠클럽을 운영 중인 윤동식은 체중 감량에 흔쾌히 힘을 보태기로 했다. 야구선수를 지도한 경험은 없었다. 투수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 개발은 28년간의 운동 경험 덕에 수월하게 진행됐다. 윤동식은 “일본 종합격투기 간판인 사쿠라바 카즈시가 시모야나기 츠요시에게 적용했던 프로그램을 일부 가져왔다”라고 밝혔다.
최근 한신에서 방출된 시모야나기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선발투수였다. 올해 나이는 44살.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또 한 번의 재기를 노린다. 오랜 선수생활의 비결로 그는 사쿠라바와의 강도 높은 훈련을 자주 거론한다. 윤동식은 “비시즌만 되면 사쿠라바와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며 “엿본 연습들을 토대로 훈련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단순히 체중 감량에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체 힘과 몸의 밸런스를 함께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 구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동식은 “미국 프로미식축구팀 시애틀 시호크스 코치들이 운영하는 체력센터의 기술과 태릉선수촌 유도 국가대표 팀에서의 프로그램을 함께 적용시켰다”며 “곧잘 따라하는 성호를 보며 보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체 근육만큼은 어떤 선수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훈련 뒤 스승과 제자의 얼굴 표정은 사뭇 달랐다. 28년 경험 묻은 노하우가 다소 혹독했던 까닭이다. 노성호는 “복근 단련에서 격투기까지, 지옥을 다녀온 듯했다”며 “10년 이상 운동을 해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세계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사실 윤동식과 호흡을 맞춘 건 열 번을 넘지 않는다. 창원을 연고지로 한 소속팀 NC의 잇따른 훈련 일정에 서울을 찾을 기회가 적었다. 이에 윤동식은 “성호가 알려준 훈련법을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이어 나가기로 약속했다”며 “탄력 넘치는 몸매가 벌써부터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노성호가 출국 전 드러낸 체중 감량 의지는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던 셈. 개발하는 무기는 한 가지 더 있다. 윤동식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 경우 프로야구 최초로 암바(팔꿈치 관절을 바깥쪽으로 휘게 하는 기술)를 선보일 수도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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