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삼성 백날 유치해도 소용없는 이유

인천 시민들 역외 소비율 49.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돈 벌어서 외지에 가서 다 쓴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 사람들이 총 소비액의 절반 가량을 인천이 아닌 타 지역에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시민들이 주로 돈을 쓰는 서울의 명동·신촌같은 대규모 상업 밀집 지대가 발달하지 못한데다 의료·관광·숙박 시설 등 소비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대기업 유치보다 역외 소비 지출 줄이는 게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1일 한국은행 인천본부 및 김하운 인천시 경제자문관이 펴낸 '인천의 소비 유치 필요성'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인천 시민이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체 소비액의 49.1%가 타지에서 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 평균 37.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인천 시민들의 신용카드가 가장 많이 사용된 곳은 서울(28.1%)이었고, 경기도가 14.3%로 뒤를 이었다. 두 곳의 소비지출이 전체 역외소비의 대부분(86.4%)을 차지했다. 즉 인천 시민들이 1000원을 소비한다면 인천 시내에선 509원 밖에 안 쓰고 서울에서 281원, 경기도에서 143원, 기타 지역에서 67원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타 지역의 경우 서울 사람들은 가장 역내 소비율(79.5%)인 높고 역외 소비율(20.5%)이 적었고, 제주도(역외 소비 31.9%, 역내 소비 68.1%)가 뒤를 이었다. 다른 시도들은 대체로 30~40%를 역외에서 소비하고 역내에선 50~60%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천 시민들의 역외 소비율이 타 시도에 비해 높은 것은 인천이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지역적 한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규모 유흥가, 대형 병원, 쇼핑센터 등 시민들이 돈을 많이 쓰는 곳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업종별 역외 소비율이 설명해 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천 시민들의 카드 결재 내역 중 음식·숙박업소를 이용할 때 외지에서 결재한 비율은 42.0%나 돼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인천 시민들이 친구, 직장 동료, 애인 등과 데이트를 하거나 회식·술자리를 할 때 주로 서울에 가서 한다는 사실이 통계로 증명된 것이다.의료·보건의 역외 소비도 심각하다. 병원 등 의료 보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외지에서 결재된 비율은 37.9%로 전국에서 세번째로 높았다. 시민들이 선호하는 대학 병원급 이상의 상급 종합 병원이 2개 뿐으로 6대 광역시 중 가장 적기 때문이다.인천엔 대규모 쇼핑센터가 없어 시민들이 의류나 잡화 등의 쇼핑도 서울에서 주로 한다. 의류·직물, 화장품, 패션 잡화의 역외소비율은 각각 38.3%(1위), 45.8%(3위) 및 50.1%(1위)에 달했다. 김 자문관은 "인천의 소비 패턴은 서울·경기 지역과 인접한데다 지역의 통근·통학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역외소비율이 높은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너무 높은 역외소비율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자문관은 이어 "인천의 민간소비지출 31조4000억 원의 1%만 인천으로 장소를 옮겨 소비돼도 인천은 3140억 원의 투자 유치 효과를 거둔다"며 "이는 지난해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인천에 향후 10년 간 2조1000억 원(연간 21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의 1.5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김 자문관은 특히 "역내 소비 유치를 위해 음식 숙박, 의료 보건, 의류 잡화 등 경쟁력이 약한 업종의 마케팅 능력 강화를 위한 업계 차원의 인식 개선 및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인천에서도 살 수 있는 물건이나 인천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서울에서 구입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역내 소비율 제고 및 소비 유입률 향상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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