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한많은 이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한오백년 사자는데 웬 성화요/백사장 세모래밭에 칠성단을 보고 임생겨 달라고 비나이다/청춘에 짓밟힌 애끓는 사랑 눈물을 흘리며 어디로 가나/한많은 이세상 냉정한 세상 동정심 없어서 나는 못살겠네조용필 특집(5)
'한 오백년'■ 우리 옛노래들을 복원해내려던 조용필을 기억한다. 가시리에서 흘러온 눈물의 유전, 한 많은 이 세상 냉정한 세상으로 지리하게도 살아온 한 오백년의 감수성이 조용필의 무대에선 뚝뚝 들었다. 왜 그는 단조로운 궁상각치우로 갔을까. 노래가 음표를 따라다니는 다급한 기술이 된 건 서양식이다. 우린 그러지 않았다. 우린 하나의 음으로 천 개의 소리빛을 만드는, 유장한 예술을 가졌다. 조용필의 음악들이 굳이 다채로운 소리 놀이를 꾀할 필요가 없었던 건, 한 음표를 물고 수천 수만의 정념을 빚어내는 아시아스러운 유정(有情)의 힘이었다. 그는 한때 트로트로 갔다. 미워 미워 미워는 사내의 가슴팍에 도리질하는 여인의 귀여운 반항이지만, 조용필은 울면서 남자의 절규로 불렀다. 내가 태국 가서 이 노래를 불러서 좌중에서 '1등상'을 먹은 이유는, 그 쥐어짜는 힘겨움을 생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