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나라당 정강정책에 '보수'표현삭제를 놓고 당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에 '이념 갈등'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비대위 정책쇄신분과위 산하 정강개정소위는 11일 회의를 열어 각 위원들이 그동안 변경된 정강ㆍ정책을 살펴보고 위원간의 의견을 논의했다. 이 와중에 일부 비대위원이 정강 초안에 보수표현 삭제를 담기로 했다는 언급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권영진 의원(정강개정소위 자문위원)이 곧바로 "오늘 회의는 초안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초안을 논의하고 향후 2주 간 충분히 논의할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책쇄신분과위 위원장인 김종인 비대위원은 보수표현 삭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종인 위원은 잇단 언론인터뷰에서 "보수라는말을 넣느냐 안 넣느냐는 의미가 없으며, 보수라는 이야기를 하면 젊은 층은 '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떤 정당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는 유권자가 평가하는 것이지 정당 스스로 표방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보수표현 삭제를 놓고 당내 반발이 거세 인적쇄신으로 불거진 논란이 이념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은 분명 수명을 다했다"면서 "이제 한나라당 이름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없게 됐다. 지금까지의 한나라당은 보수당도 아니고 기득권당 출세당이 맞다. 이젠 해체하고 제대로된 보수주의정당을 세워야한다"고 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최경환 의원은 "한나라당은 역사가 오래된 정당이고 그런 보수의 가치를 보고 모인 당원들도 많은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와 함께 당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대한 과격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뭔 보따리장수들이 들어와서 주인들을 다 휘젓고 다니느냐"고 했고 전여옥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을 향후 보수 철거반장이라고까지 했다. 재창당을주장해온 수도권의 한 의원은 "보수표현 삭제는 비대위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재창당과 정강 변경 등을 모두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단체, 보수인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전날 바른시민사회 주최 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탈보수'는 한나라당 스스로 '이념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이념과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은 '좀비정당'을 자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위는 국민들에게 불신가중, 당내 계파경쟁 가열화등으로 비대위 설립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혼란을 가져다 준다"면서 "'비상대책'이 아닌 '비상침몰'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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